가는 맘 잡아 매고 오는 맘 안 받으니
오도가도 않는 마음 일념 집중 되었도다
갈래야 갈 곳 없고 올래야 올 데 없어
본연 청정 하옵거늘 일념 주착 무삼일고
낭떠러지 손을 떼라 건넜거든 배를 놔라
백척간두 그 곳에서 용기 있게 한 걸음을.



글_삼산 김기천(1890~1935) 종사 
출처_회보 45호, 원기23년 


'방자연'. 이 시는 성가 163장 '가는 맘 잡아 매고'이기도 하다. 가는 마음이야 잡을 수 있다지만 가는 세월은 어찌할 수 없다. 보내오는 마음도 안 받을 수 있지만 오는 세월은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냥 자연스럽게 놓아둬야 한다. 자연스러운 것이 최고의 상태가 아닐까. 

삼산종사는 이 시에서 '주착심'을 경계했다. 수행을 할 때도 일념이라는 주착에 빠지면 안 된다. 삶을 살 때도 늘 좋은 것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안분하는 것과 안주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좋지만 진취성이 없고 타성에 젖어 있는 안분과 안주라면 백척간두 진일보해야 한다. 

천 길 낭떠러지에서 손을 놓는 용기, 강을 건넜으면 그 배를 매어 두는 것이 아니라 다음 사람을 위해 떠나보내는 용기. 백척이나 되는 긴 장대 끝에서 한 발 내 딛는 용기…. 이 모든 것은 새로움이다. 과거의 업을 청산하고 새롭게 거듭나고자 하는 용기이며 진급의 과정이라 생각된다. 

지금 교단은 인사기다. 내년도에는 어떤 임지에서 새롭게 교역생활을 해 갈 것인지 며칠 남지 않은 기간에 알게 될 것이다. 이 시의 내용처럼 방자연의 심정으로. 지극히 고요하지만 지극히 진취적인 심정으로 용기 있게 내딛는 그 한 걸음을 응원해 보자.

/둔산교당

[2018년 12월14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