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경 책틈 편집장

삶을 가꾸는 애도의 힘,
슬픔엔 제 몫 만큼의 시간 필요
〈서둘러, 잊지 않습니다〉
미처 못다한 슬픔 마주하며
내면으로부터 서서히 회복해가는 과정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김도경. 그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다. 

그를 통해 기념대회 공식 캐릭터인 개벽삼총사 피규어가 탄생했고, 기념대회를 성스럽고 격조 높게 빛낸 서울 원문화해설단과 재가출가 독경단, D-100일간 세상을 위한 개벽의 발걸음이 온·오프라인으로 연계되는 빅워크 캠페인 등 기념대회 기획 콘텐츠 구상을 위해 그는 재가출가 기획위원들과 밤을 새웠다. 기념대회 이후 '소태산·개벽·적공·천도'의 4가지 열쇠말로 '기념대회의 원형'을 담아낸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 기록집〉과 〈화보집〉도 만들어졌다. 

그와의 만남, 그는 '해원·상생·치유·화합의 특별천도재'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기념대회의 시작을 세상에 알리며 서울광장에 일원의 둥근 빛을 밝힌 천도재. 기획 콘텐츠 디렉터인 그의 가슴 한 켠, 기념대회와함께 대한민국 근·현대100년 희생영령을 위한 특별천도재는 여전히, 소중하게, 자리해 있다. 

'둥근 빛으로 다시 오소서'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의 문을 여는 대한민국 근·현대100년 해원·상생·치유·화합의 특별 천도재 '둥근 빛으로 다시 오소서'. 그는 "시대의 눈물을 닦아주고 이 땅의 아픔을 치유하는 화합의 불공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00년 동안 교단의 모든 역량과 적공을 결집하고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는 기념대회가 양계를 향한 불공이라면, 특별천도재는 음계 즉 한민족 100년의 가슴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역사의 정화를 위한 대사회 불공이다." "대한민국에서 한국종교로 자생해오며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의 사은사요를 진리 전에 엎드려 서원한 원불교이기에 해야 할 일이고, 할 수 있는 대적공이었다." 그는 이렇게 마음을 내보였다. 

양계의 인증을 받는 기념대회 전, 재가출가 전 교도가 100일 개벽기도와 7.7 천도재에 대정진 대적공하는 음계의 정성이 이어졌다. 한국전쟁의 상처를 직면하고 있는 칠성교당부터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동포은으로 함께하는 제주교당까지, 대한민국 100년 상극의 아픔을 위로하며 일원의 둥근 빛으로 발원하는 천도의 작은 날갯짓이 펄럭인 것이다. 

마침내, 10년 간의 대정진 기도, 100일 간의 개벽기도, 전 세계 교도의 7.7 천도재 종재가 열리는 서울광장, 그 중앙 무대에 '둥근 빛으로 다시 오소서' 해원상생의 빛이 환하게 빛났다.

〈서둘러, 잊지 않습니다〉
김도경. 그는 올 초 출판사를 시작했다. 현재 상암동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센터에 입주해 있는 그는 출판 임프린트 브랜드 두 개를 갖고 있다. 인포디렉터스의 인문교양 출판브랜드 '책틈'과 지식경영 출판브랜드 '판크크(PANKK)' 편집장인 그가, 연말쯤 우리에게 책을 선물한다.

그의 책 〈서둘러, 잊지 않습니다〉는 소중한 이를 잃은 상실감을 애도의 과정을 통해 정직하게 통과하며, 회복하고, 천천히 성장해 삶을 이어가는 라이트 애도 에세이북이다. 그는 "기념대회의 한 축이었던 해원·상생·치유·화합의 특별 천도재와 대재 등을 통해, 내 삶의 한 축인 애도와 깊은 연결성이 느껴졌다"고 했다. 애도와의 깊은 연결성, 어쩌면 이것이 〈서둘러, 잊지 않습니다〉를 세상에 내보내는 힘이 되어주었을 터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소중한 가족을 잃은 자신의 아픔과 애도의 과정을 들려준다. 사회학적 용어로 규정된 '자살 유가족'. 그는 자신 또한 자살 유가족임을 말한다.(Be the Voice)
"상실의 슬픔은 대단히 사적인 경험이고 슬픔이기에 사적인 애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스스로는 물론이고 타자(他者)를 기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

그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애도의 과정을 겪어내며 매체에 꾸준히 연재해 온 상실과 애도에 관한 글, 인문강연의 말을 매만지고 일부를 묶어 책에 담아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의도치 않은, 준비하지 못한 크고 깊은 상실을 만난 그의 자전적 이야기<서둘러, 잊지 않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어떻게든 만날 수밖에 없는 상실감과 인간으로서 느낄 수 밖에 없는 온당한 애도의 감정을 '그러하다고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는 그는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며 가까스로 세우고, 삶을 이어온 이야기'를 건네며 상실을 인정하고 내면으로부터 서서히 회복해가자며 누군가의 손을 잡는다. 

'사람마다 다르니 그렇게 서둘러 잊지 않아도, 나의 애도가 좀 더 시간이 걸려도 괜찮은 거였어'라는 위로를 건네는 따뜻한 선물 같은 책. 상실감이라는 내리막길, 혹은 오르막길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처 못다 한 슬픔을 마주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그가 세상에 내보내는 책이다. 

'삶'의 '틈'을 내어주는 출판사 '책틈'
출판사 책틈은 '책으로 삶의 틈을 내어주는' (주)인포디렉터스의 인문교양 출판브랜드다. 그는 이곳에서 문화예술, 문학, 철학, 사회분야의 출판 콘텐츠를 기획하고 출간한다. 〈생각을 키우는 밑줄의 힘〉, 〈평화일기-노랑부리소등쪼기새는 기린의 겨드랑이에서 잠든다〉, 〈골디~물 한잔 마시고 가〉를 책틈에서 출간했고, '판크크(PANKK)'를 통해 〈스타트업 버티고 9+1〉를 최근 출간했다.  

자신이 출간하는 책의 서체로 원불교 한둥근체를 사용하는 그. 그는 "한둥근체는 원불교100년기념 서체로 원불교의 정신과 정체성을 강화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하고자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제목용, 바탕 2종, 돋음 2종에 한글, 한글고어, 영문, KS심볼, 한자까지 제공하는 훌륭한 패키지 서체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그의 책 〈서둘러, 잊지 않습니다〉 또한 원불교 한둥근체 사용을 판권지에 노출하며 자신의 활동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원불교를 알리고 있다. 

'도심다경(道心多慶)'의 이름으로 
도심다경. 그는 지난해 1월 법명인 '도심다경(道心多慶)' 중 '도경' 두 글자로 법원으로부터 개명 허가를 받았다. 도심다경은 도심(원심, 일심, 천심)으로 만나서 내 마음의 평화, 세상의 평화까지 한마음 돼 진리와 함께 가는 길에 사람과 일이 서로 경사롭다는 의미다.

그는 '앞으로의 삶에서 사람들의 회복을 돕는 활동을 인생의 한 축'으로 삼고자 한다. "살아감에는 다양한 힘이 필요하다. 공부할 힘, 먹을 힘, 사랑할 힘, 버티는 힘, 져주는 힘. 수없이 많은 힘이 필요하겠지만 살아갈수록 '삶을 가꾸는, 애도할 수 있는 힘'이 삶을 더욱 깊게 바라보게 한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부표를 바라보며 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도심다경. 삶의 결이 깊은 그는 도경, 원불교인이다. 

[2018년 12월14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