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원경 교도] 지난 6년 반 동안 나는 보건소 계약직 영양사였다. 내 꿈은 모두의 건강한 삶을 위해 힘이 되는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남을 이롭게 한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항상 고용불안과 부당한 처우를 겪으며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나날을 보냈다. 결국 이를 벗어나기 위해 이직을 결심하게 됐다. 하지만 이직 선택 이후 수많은 경계가 생겼다.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다보니 인간관계, 회식, 체력 등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꿈을 이루기 위한 심고를 드리기 시작했다. 

먼저 취업 준비사항을 유무념 조목으로 삼아 원불교 수행일기 앱에 체크했다. 퇴근 후엔 독서실 책상에 앉아 나만의 심고 작업을 했다. 긴 포스트잇 상단에 작게 일원상을 그려놓고 일원상 밑에 '나는 할 수 있다! 합격한다!'라는 글귀를 적었다. 그 다음, 손을 모아 1분간 묵상심고를 올린 후 포스트잇을 눈앞에 붙이고 나서야 비로소 공부를 시작했다.

또한, 중요 일정이 잡히면 조석심고를 신중히 했고, 시험 전날 무조건 교당에 들러 기도를 올렸다. 시험 응시를 위해 원거리의 숙소에 머물 때마다 탁상용 일원상을 머리맡에 두고 심고를 올린 후 시험장에 갔다.   아무리 바빠도 법회는 빠짐없이 참석했고, 간절함이 언젠간 통하리라는 마음으로 일원상 앞에서 거의 중독 수준으로 심고를 올렸다.

허나 이 노력이 무색하게도, 세번 연속 불합격이 이어졌다. 연이은 실패로 슬럼프에 빠져 불안감에 스스로 위축되어갔다. 그러나 아픈 상처가 느껴질 때마다 심고의 내용이 심화됐다. 

처음엔 "시험에 합격하게 해주세요!" 정도였지만, 점차 "사은이시여, 제가 원하는 곳은 사람을 위하는 곳이니, 합격한다면 제 꿈처럼 국민의 건강을 위해 보은하겠습니다!"라며 자타력을 겸하여 기원하면서 더욱 공부에 매진했다. 그 결과, 도전 네번째인 1년 반 만에 원하는 공기업의 정규직 최종합격이라는 큰 결실을 얻게 되었다. 

국민건강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며 민원을 대하는 현재의 내 모습에 보람과 감사를 느끼며, 꿈을 이룬 과정을 다시금 돌아봤다. 

첫 시작은 단순한 심고였지만 〈정산종사법어〉 공도편 40장 "모든 사람들을 다 좋게 하기로 심고하라"는 말씀처럼, '모두 건강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큰 꿈을 심고에 담았기 때문에 위력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합격 이후에도 이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와 심고의 힘을 다른 청년 교우들과 공유하며 보은하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심고를 깊이 꾸준히 올리다보면, 미약한 시작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큰 위력이 되어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그 날을 위해 나는 오늘도 여전히 심고를 올린다.

[2018년 12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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