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음방송 창사 20주년

[원불교신문=강법진 기자] 1998년 라디오 방송으로 시작한 WBS원음방송이 20년 세월을 무던히 걸어오며 원불교 방송교화의 기치를 떨치게 됐다. '맑고 밝고 훈훈하게'라는 슬로건으로 걸어온 방송교화 20년. 따듯한 법문과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교화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 세상과 소통시켰다. 결코 녹록치 않았던 시간, 앞으로도 단연코 쉽지 않을 기백 년. 원음방송이 걸어온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11일 전북원음방송 공개홀에서 이관도 사장(이하 이)과 조은형 미디어사업국장(이하 조)을 만나 그려보았다. 

원음방송 창사 20주년을 맞은 소감은
이= 20년 세월이 결코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빠르게 지나왔다. 세상이 한가롭고 여유로울 때에도 방송은 바쁘게 달려왔다. 방송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고, 후원자와 시청자·청취자들의 관심 덕분에 이뤘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조= 전북원음방송 개국을 준비하며 바로 이곳(공개홀)에서 매일 만나 회의하고 노래도 부르며 신나게 일했다. 적은 보수에도 개의치 않았다. 대중교화의 중심에 서 있는 원음방송이 교도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방송환경이 열악해지고 자립경영이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다시 거듭나자고 다짐하고 있다.

창사 20주년 기획으로 올해 중점 둔 콘텐츠가 있다면
이= 교단 역사 백년은 그야말로 초창기다. 원음방송이 성년의 나이를 먹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 인적 물적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데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20년을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라디오 다큐를 제작했고 창립 20년사를 e-book으로 작업하고 있는 중이다.

원음방송이 자랑하고픈 프로그램은
조= 삼동윤리에 바탕한 종교협력프로그램 '둥근소리 둥근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이웃종교인들이 섭외 전화를 받고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진정성을 알고 지금까지 각 종교의 성직자들이 참여해줘서 장수프로그램이 됐다. 그리고 법문공양을 듣고 비교도들이 종종 전화를 해오면 교화로 연결시켰다. 조은형의 가요세상과 노래하나 추억 둘, 아름다운 인생 진문진교무입니다 등 트로트와 옛 가요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에 애청자가 많다. 초창기에는 마니아 중심으로 제작했는데 차차 대중화에 목적을 두면서 원음방송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 창사 20주년 특집방송으로 조은형의 가요세상 공개방송을 했는데 원음방송에서 발굴한 14명의 트로트 가수들이 기꺼이 참여해줬다. 20년 역사 속에 원음방송이 대중 속에 가깝게 다가갔다. 버스나 택시기사들이 원음방송을 즐겨 듣는다. 좋은 말씀이 있고 노래가 좋다는 이유에서다. 선택과 집중이 이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관도 원음방송 사장

교단 언론방송도 미디어통합해 시너지 내야 
방송과 교화는 하나, 원음방송은 열린 교당

지난 20년, 아쉬움이나 바람이 있다면
이= 전북·부산·대구·광주 등 지역방송국이 그 지역의 교화와 시너지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역에 방송국을 세운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규모의 경제라는 말이 있다. 일정 규모가 돼야 힘이 나온다. 방송국과 교당, 교구가 서로 협력해서 교화의 꽃을 피워야 한다. 교화현장에서 가까운 원음방송을 자주 찾아주길 부탁한다.

조= 교당에서 계획하고 있는 가족법회, 대법회, 문화행사 등을 원음방송과 연계해서 진행하면 기획도 수월해지고 홍보며 콘텐츠 제작에도 유리하다. 멀리 다른 곳을 찾지 말고 원음방송의 문을 두드려 달라.

이= 원불교가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민족종교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다. 언젠가 한 교무(조경원 교무)가 원음방송에 출연해서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고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하자는 마음으로 교역에 임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 말에 깊이 공감한다. 지금 어려움이 있다 해도 큰 교화를 위한 방송은 누군가 해야 하고 꼭 해야 할 일이다. 많이 합력해 주면 좋겠다. 

미디어 홍수시대, 종교미디어의 필요성과 역할은
이= 원음방송은 세상을 보다 맑고 밝고 훈훈하게 만들고 사람들에게 영생을 깨닫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불특정다수에게 바른 인성을 닦고 영생을 잘살 수 있게 메시지를 담아 세상에 전파하는 일이 종교방송인 원음방송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 원음방송 개국 당시, 좌산상사께서 맑고 밝고 훈훈한 원음방송이 나아갈 길에 대해 법문을 내려주셨다. 그래서 원불교 교리가 잘 묻어나는 법문 말씀과 교도중심, 일반인이 들으면 감회가 되는 내용으로 편성을 하고, 편안한 음악 중심으로 방송을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자극적이지 않아 튀지는 못했지만 천천히 은은하게 청취자들에게 다가가 정신적 위안을 주는 방송이 됐다고 본다. 

원음방송TV는 어떻게 개국됐나
이= 라디오방송 17년 만에 시작했다. 라디오방송을 하면서 늘 마음에 허전함이 있었다. 많은 재원이 투자 되지만 전파를 타고 나면 기록에 남길 만한 콘텐츠가 없었다. 미디어는 소통의 기능과 역사현장을 기록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방송기록으로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선진들이 남긴 초기교단 사진들이 필름상태로 보관만 돼 있는 것을 알고 용산 전자상가에 가서 중고기계를 사서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세월이 지나가게 되면 이 영상 속 인물들을 고증할 사람도 없게 된다. 물적·인적 자원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런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바쁘다. 지금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관해야 하는 작업을 어디에선가 해야 하는 일이다. TV를 하게 되면 이 작업도 아울러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뜻과 같이 다 되고 있지는 않다. 이 일에 뜻을 가진 독지가나 교단적 지원이 필요하다. 

조=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걱정과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만의 색깔로 만들면 된다는 마음으로 라디오국 사람들도 TV교육을 받았다. 현재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분들도 많다. 선택과 집중을 잘하면 된다. 

조은형 미디어사업국장

천천히 은은하게 다가가 정신적 위안 주는 방송 
교화 위해서라도 원음방송 사회적 위상 높여야

원불교소태산기념관으로 입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교단에서 원음방송도 자립하라는 뜻으로 독립사옥 건립을 요청했다. 하지만 원음방송 단독으로는 아무 힘이 없다. 교단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소태산기념관에 입주하는 것은 사옥건립을 위한 준비단계로 전세형태로 입주하고 차차 수익구조를 갖춰 사옥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는 교단의 언론방송도 통합운영 등 방법을 모색해 뭉쳐야 한다. 그래야 시너지가 난다. 교단 제3대 제3회말 설계에 이미 미디어통합 모색이란 꼭지가 들어있다. 결단과 실행이 필요한 때이다. 이제 융합의 시대다. 양보할 게 있으면 양보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하려고 한다.

시청자·청취자들에게 한마디
조= 원음방송 20년, 라디오로 시작했지만 이제 TV방송까지 토탈미디어가 됐다. 교화를 위해서라도 원음방송의 사회적 위상은 지금보다 높아져야 한다. 지난 20년보다 몇 배 더 노력해 가겠다. 여러분들도 모니터 해주고 방송참여도 적극 해달라.
이= 방송과 교화를 둘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방송은 열린 교당이고 가장 큰 교화장이다. 원음방송과 시청자·청취자들이 자리이타·상생으로 나아갈 수 있게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 

사진=정성헌 기자 jung@wonnews.co.kr

[2018년 12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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