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라도 '시도' 해야 얻을 것이 생겨
아이디어와 경험, 신선한 교화 바람으로

[원불교신문=허인성 교도] 최근 '코딩하는 공익'이라는 반병현씨가 화제다. 노동청에서 근무 중인 공익근무요원으로 '업무 자동화 스크립트 짜주다가 국정원에 적발당한 썰'이라는 글로 유명해진 분이다. 본인의 설명으로는 '엑셀 파일 2개를 읽어와 공통양식인지 체크하고, 양식이 같다면 두 파일을 시트 별로 각각 합쳐 새로운 엑셀 파일로 가공해 저장'하는 정말 간단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그 프로그램이 돌면서 허가 받지 않은 소프트웨어 전송을 통한 공격행위로 오인되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모니터링에 걸려 차단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해제해 사용 중이라는 것이 그 사건의 전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류의 업무 자동화를 통해 6개월에 할일을 무려 30분만에 끝내 버렸다는 것이다. '간단한 프로그램'이 무려 몇 시간을 단축시킨 것인가?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그에게 주어진 일은 누구나 피하고 싶어하는 단순 반복 업무였다고 한다. 그런 일을 하려니 성격상 맞지 않았고,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개선을 한 것이었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이 둘의 교차점을 살펴보면 '할 수 있으나 일부러 하지 않은 것'이 있는가 하면 '하고 싶으나 하지 못한 것'이 있다. 여건이 미숙해서, 엄두가 안 나서, 남이 못하게 해서 등으로 수많은 이유가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조건 정성과 노력만 들인다고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시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입이다. 엄청난 물질문명의 개벽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한 물질문명을 활용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게 늘어난다.

필자는 올 한 해 이 칼럼을 통해 디지털교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다. 그 이야기의 골자는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무엇이라도 '시도'를 해야 얻을 것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특히 '디지털교화에 대한 시도'가 부족했다고 보고, 그쪽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을 해왔다. 그 '시도'의 첫걸음은 '마음'이다. 누가 강요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마음' 한 번 내고 나면 그다음은 달라진다. 즉, 타력과 자력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실행'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당이 필요하다. 원음방송이나 〈원불교신문사〉, 또 각 교당이나 교구, 기관 등 교화현장 등에서 불편한 것들을 개선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들이 많을 것이다. 또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아이디어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이들-예를 들면 소프트웨어의 지식을 가진 이들-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업에서도 이런 활동을 통해 내부혁신이나 외부혁신을 진행하려는 시도가 많다. 특히 소프트웨어분야에서는 '해커톤'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통해 그러한 아이디어 개선, 시도를 촉진시킨다. '해커톤'이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제한된 시간에 기획, 개발자, 디자이너 등이 모여 제시된 주제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행사이다.

대표적인 예가 모두가 잘 아는 페이스북(Facebook)의 '좋아요' 버튼이나 '타임라인(Timeline)'이다. 짧게는 무박 2일로부터 길게는 일주일까지 열린다. 삼성이나 네이버, SKT 등에서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구현이 어려운 곳에서는 아이디어만을 위한 '해커톤'도 진행한다. 굳이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결과를 보지 않아도 된다.

해커톤의 결과는 바로 사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 중에는 웃고 넘기는 것들도 있고, 다른 아이디어에 신선한 원천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신규 사업 아이템으로 탄생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그 행사의 핵심은 아이디어와 기술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데 있다. 그러한 느슨하면서도 부담 없고, 재미있는 행사는 우리의 생각을 촉진시키고, 도전의식을 함양한다.
우리에게도 그러한 마당이 필요하다. 그것을 한 개인이나 교당에서 추진하기는 어렵다.

관련된 이들을 모을 수 있는 교구나 교단에서 추진해보면 어떨까? 비록 한 번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지만 분명 많은 아이디어와 경험이 쌓이게 될 것이고, 그 힘이 축적되면 우리 교화에도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새로운 교단을 위해서는 이러한 '아름다운 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재가출가가 어우러져 한바탕 축제의 장이 마련되기를 소망해본다.

/정릉교당 

[2018년 12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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