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요즘 취업 준비생들은 소위 '취업 스펙'이라는 것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학점 관리를 하고 토익점수를 올리고 자격증을 따고 외모도 가꾸는 등, 인사 담당자에게 '나는 이만큼 능력이 있음'을 어필할 조건을 갖추기 위해 공을 들인다. 그렇다면 도가에서 인정받는 '도가의 스펙'은 무엇일까? 

대종사는 사람을 쓸 때 언제나 그 신성과 공심과 실행을 물은 다음 아는 것과 재주를 물었다. 신성이란 믿고 바치는 마음이다. 이렇게 하면 될까, 안될까 계산하지 않는 마음이다. 한번 마음이 정(定)하여 그대로 가는 마음이다. 공심은 교단과 나를 둘로 보지 않는 헌신적인 마음이다. 주인의 심경이 돼 작은 일, 보이지 않는 일, 손이 안 가는 일, 낮은 일, 명색이 없는 일 등을 다 하는 사람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공가(公家)의 주인이 되기에 힘쓰라' 하며, '공중의 살림과 사업은 오직 공변된 정신으로 공변된 활동을 하는, 공변된 사람에게 전해지는 것'이라 말씀했다. 

정산종사는 '종교의 생명은 신심이요, 사업의 동력은 공심이라, 이 두 가지만 실행하면, 법의 집에 적자(嫡子)가 되고, 공의 집에 알뜰한 주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실행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폈다.

머리가 좋아 이리저리 재며 생각만 하는 사람보다는, 필요한 일을 보면 몸소 하는 사람이 변화를 가져오고 일을 해낸다. 도가에서는 똑똑하고 재주 많은 사람보다 이 세 가지를 갖춘 사람이 더 귀하고 대접받는다.

지난해 겨울, 원다르마센터 훈련을 앞두고 폭설이 내렸다. 두 동의 훈련객 숙소로 이어지는 길에 눈이 쌓여 눈을 치웠는데, 맹렬히 내리는 폭설로 얼마 안 지나 처음보다 눈이 더 높이 쌓여버렸다. 높이로 보나, 눈의 무게로 보나 훈련 전에 눈을 치우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할 수 없이 훈련객들이 좀 먼 길로 돌아서 숙소로 가도록 안내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필자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후 사무실에서 나와 보니 길이 상당히 치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세 명의 여자 교무들이 내리는 눈보다도 더 맹렬한 기세로 삽으로 눈을 치우며 저만큼 전진하고 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치울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늘 훈련객들이 오니, 무조건 치워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눈은 생각보다 빨리 치워졌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던 일이, 마음을 정하고 일심으로 임하자 결과가 보여진 현장을 목도하고 감동마저 느껴졌다. 구인선진이 방언공사를 이런 심경으로 했을까? 

사량계교로 계산하지 않고(신성), 교단 일을 내 일로 알고(공심), 몸을 움직일 때(실행), 무거운 눈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일도 이룰 수 있는 저력이 나온다. 거기에 더하여 동지들과 일심단결 한다면 무엇이 두려우랴. 

대종사는 이것을 알았기에, 사람을 쓸 때 신성과 공심, 실행을 물은 것이다.  이 세 가지 도가의 스펙을 쌓기 위해 우리는 얼마만큼 노력하고 있는가? 

/미주총부법인

[2018년 12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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