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학 교수

[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서품 17장에서는 "(전략) 그 지혜와 능력은 입으로나 붓으로 다 성언하고 기록할 수 없으나, 대략을 들어 말하자면, 우리는 …… 모르는데, 부처님은 … 더 알으셨으며, (후략)"라고 해, 부처님의 지혜와 능력을 11가지로 말씀하고 있다. 

부처님의 지혜와 능력으로 말씀한 11가지는 <주역>의 수리적 의미와 만나게 된다. 11은 10과 1이 합해진 것으로 10무극과 1태극으로 해석되어, 하늘의 본체인 10과 그 작용인 1이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또 10무극은 천도(天道)를, 1태극은 지도(地道)를 각각 상징하여, 천지지도(天地之道)를 포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역학인 〈정역(正易)〉에서는 하경(下經)을 '십일일언(十一一言)'이라 하고, 십일귀체(十一歸體)를 통해 금화정역(金火正易)의 이치를 논하고 있다. 십일일언은 하늘과 땅이 한 말씀을 한다는 의미이고, 십일귀체는 십(十)과 일(一)이 본체로 돌아가는 것으로 사람이 하늘과 땅의 뜻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17장의 부처님의 지혜와 능력은 〈정전〉에서 밝힌 일원상의 진리와 합하는 것으로, 〈정전〉 제2 교의편, 제1장 일원상, 제2절 일원상의 신앙도 다음과 같이 11가지로 말씀하고 있다. 

"일원상의 진리를 ①우주 만유의 본원으로 믿으며 ②제불 제성의 심인으로 믿으며 ③일체 중생의 본성으로 믿으며 ④대소 유무에 분별이 없는 자리로 믿으며 ⑤생멸 거래에 변함이 없는 자리로 믿으며 ⑥선악 업보가 끊어진 자리로 믿으며 ⑦언어 명상이 돈공한 자리로 믿으며 ⑧그 없는 자리에서 공적 영지의 광명을 따라 대소 유무에 분별이 나타나는 것을 믿으며 ⑨선악 업보에 차별이 생겨나는 것을 믿으며 ⑩언어 명상이 완연하여 시방 삼계가 장중에 한 구슬같이 드러나는 것을 믿으며 ⑪진공 묘유의 조화는 우주 만유를 통하여 무시광겁에 은현 자재하는 것을 믿는 것이 곧 일원상의 신앙이니라."(숫자만 필자가 넣음)

한편 부처님의 지혜와 능력에 대응되는 〈주역〉에서 밝힌 성인의 사명으로 만나면, 중천건괘(重天乾卦)에서는 "성인이 지음에 만물이 드러나니, … 그 정도를 잃지 않는 사람은 오직 성인뿐이구나!"라 하고, 택산함괘(澤山咸卦)에서는 "하늘과 땅이 감응하여 만물이 변화하여 낳고, 성인이 사람들의 마음에 감응하여 세상이 화평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해, 천지의 뜻을 밝힌 성인에 의해 만물의 존재의미가 드러나고, 정도가 실현되기 때문에 평화롭고 화합하는 세상이 된다고 했다. 

또 계사상(繫辭上)에서는 "성인의 괘를 베풀어 상(象)을 보고 말씀을 메어서 길흉을 밝혔으며", "하늘이 신물을 내시거늘 성인이 법 받았으며, 천지가 변화하거늘 성인이 본받았으며, 하늘의 상을 드리워 길흉을 나타내거늘 성인이 상징하였으며, 하수에서 도(圖)가 나오며 낙수에서 서(書)가 나오니 성인이 법 받았으니"라고 해, 성인이 <주역>의 진리를 괘(卦)와 수(數)로 드러내고, 인간 삶의 길흉을 모두 밝혔다고 했다.

/원광대학교·도안교당

[2018년 12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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