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구 부안교당 이갑원 교도
농사도 삼학공부, 차량 봉사 등 몸으로 실천하는 신앙
〈원불교전서〉 20독, 〈정전〉 1000독으로 교리 맥 잡아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부안교당 '말뚝교도'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여산 이갑원 교도회장(68·如山 李甲源). 원기76년 입교할 때 그의 나이 41살, 비교적 늦은 나이에 원불교를 알게 됐지만, 이후 28년 여 세월 그의 몸과 마음은 여지없이 교당을 향해 있었다.

"아내 천도재를 지내면서 원불교를 알게 됐어요. 어린 딸 넷을 남겨두고 먼저 떠난 아내를 보내면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참 막막하고 힘들었던 시절이었죠. 당시 부안교당에 다니는 친구(이은수 교도)가, 경황없어 하는 저를 두고 볼 수 없었는지 교당에서 아내 천도재를 지내자고 제 손을 잡아줬어요." 그렇게 교당에서 천도재를 지내면서 그는 천도법문에 가슴이 녹아내렸다.

"천도법문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데 마음에 와닿았어요. 교당에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부터는 치열하게 공부했어요. 자영업을 하면서 오토바이로 배달을 다니는데 영주, 청정주, 일원상서원문, 반야심경, 참회게까지 한 달 안에 다 외웠죠. 배달하면서 노래 부르듯이 독경을 외우고 다녔어요." 그렇게 치열하게 마음을 다잡았던 건 자식들을 건사하기 위한 부모의 마음도 더해졌을 터. 재혼을 하고 모두 6명의 자식을 장성시키기까지 그는 자영업을 하면서 농사일을 병행했고, 무엇보다 교전공부를 목숨처럼 여기며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농약판매업을 하는데 장사에는 워낙 소질이 없어요. 여섯 자식을 키워야 하니 남의 땅을 빌려서 밭농사를 지었죠. 1700여 평에 고추며, 배추, 온갖 밭작물을 심었어요. 모든 식재료를 손수 농사지어 조달했어요." 

자신을 밑고 재혼해 준 아내(김지안 교도)는 그의 유일한 지원군. 힘든 장사 일을 하면서도 그 많은 농사일에 손을 보태줬다. '원불교를 만나 일머리가 빠르다'는 그는 농사일도 삼학공부, 사리연마이니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면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말한다. 그렇게 최소 5~6명의 일손이 필요한 밭농사를 그는 인건비를 아껴가며 아내와 단둘이 지었다. 

그렇게 여섯 자식 모두 장성해 자기 일을 든든하게 해내기까지, 20여 년의 혹독한 세월이 흘렀다. 그 녹록치 않은 시간, 그가 지독히도 성실하게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은 원불교가 '말뚝'처럼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독경 암송과 교전사경을 하면서 마음 한편 원불교전서를 통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무실과 집 안방, 화장실은 물론이고 자동차 안에 원불교전서를 모셔놓고, 그때그때 처소에서 시간이 될 때 마다 교전을 읽었어요. 그렇게 20독을 하고나니 교리의 맥이 조금 잡혔습니다." 〈원불교전서〉 20독 후, 그는 총서편에서 수행편까지 〈정전〉을 모두 암송하기까지 1000독을 했다.

"정전을 읽으면서 대종사님 법이 만고의 대법이라는 확신이 확고해졌다고 할까요. 이 법밖에 없구나 생각했죠. 하물며 농사를 짓는 일도 대종사님 말씀을 새기면서 하면 훨씬 수월해지고 빨라요." 불법과 생활이 둘이 아닌 종교, 무시로 무처에서 속 깊은 자기수행으로 자리이타하는 산 종교, 대종사의 가르침이 만고의 대법임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믿고 따르는 그. 확신에 찬 행복이 가득해서 일까, 태양빛에 그을린 그의 얼굴이 지극히 환하고 평온하다.

"어느 교당이고 어려움이 있을 텐데, 특히 저희 교당은 어린이집 운영이 한때 고비였을 때가 있었어요. 재가교역자 운영위원회를 통해 어려운 재정형편에도 어린이집 리모델링과 유기농 재료의 식단 운영 등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죠. 지금은 지역에서 소문이 나서 원아도 두 배로 늘었고, 원아모집 공고를 따로 하지 않아도 조기 마감되는 상태예요." 4년째 원광백양어린이집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원아 대상 마음공부를 학부모까지 확대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이쯤, 차와 간식을 손수 내오며 자리를 마련해 준 탁혜진 교무가 조심스레 말을 보탠다. "회장님은 몸으로 실천하는 교도예요. 교당 세정 잘 살펴주고, 손 보탤 곳에 앞서 실천하면서도 항상 겸손하시죠. 그 많은 농사일과 집안일을 하면서도 교당 일을 꼼꼼히 챙기시니, 어느 때는 정말로 안쓰러울 때가 있어요. 제가 존경하는 분입니다." 교무가 교도를 존경하는 마음, 그 마음을 한 번도 표현하지 못했다는 탁 교무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무심한 듯 다른 곳을 바라보는 그 또한 눈시울이 붉다. 

18년째 교도들의 법회 참석을 조력하기 위해 차량봉사를 하고 있는 그의 바람은 각자의 법력증진이다. "자기 법위향상을 위해서 정진해야지요. 마음공부와 자기수행을 성실하게 실천하다보면 자력의 힘이 생기고, 결국 내가 머물고 있는 곳곳이 신앙터요, 살아가는 일상이 수행임을 깨닫게 되죠." 

몸이 녹아나는 농사일을 하면서도 새벽 좌선을 목숨처럼 지키는 그. 가게 일을 할 때도, 손님과 대화를 나눌 때도, 단전에 호흡을 주하며 무시선을 하는 그. 시간을 쪼개 훈련원을 다니며 정기훈련으로 자신의 신앙수행을 단련하는 그의 마음 안에 담긴 법문은 뭘까.

"법문이 따로 없어요. 대종사님 말씀 자체가 전체 법문이지요." 그 법문 놓칠 수 없어 그는 오늘도 정전을 통독하고 암송한다. 그렇게 대종사 전체 법문이 그의 마음에 새겨지고 있다.

[2018년 12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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