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UR, 종교간 차이 이해와 통찰
인류적 평화 위한 전문성과 확장성 필요

[원불교신문=김혜월 교도] 원불교에서 주도하는 UR운동이란 무엇이고,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일까. 칼럼 주제로 UR을 정하고 나서 먼저 온라인 상에서 관련 기사와 웹사이트 등의 자료들을 검색해봤다. 역시나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눈에 띄는 활동들은 보이지 않고, 그 실체도 선명하게 잡히질 않는다.

한때 UR을 추진하는 단체에 2년 넘게 개인적으로 후원한 적도 있었지만, 쭉 지켜봐도 가시적인 활동이 나타나지 않고, 무엇보다 후원금 사용내역과 활동상황을 보여주는 리포트가 한 번도 오지 않길래 후원을 중단했다.

굳이 불교식으로 표현하자면 후원이라는 것은 '무주상보시' 즉, 내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기부한다는 생각조차 없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후원을 받는 이들은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그 활용처와 출입 내역을 분명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원자에게 아무런 리포트도 하지 않는 운영방식을 잘 납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최근 자료들을 검색해보니, '종교평화운동'과 관련된 주제로 성주 사드철폐운동 지역에서 학술대회를 진행했던 것이 가장 인상적으로 눈에 띈다. 하지만 그 주제가 '종교간' 평화로 세계평화를 견인한다는 UR과 어떤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는 여전히 선명하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주로 '종교간 대화' 방식으로 이뤄진 지난날의 UR운동이 타종교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각 주류교단의 유명인사들을 중심으로 해왔던 점이 아쉬웠다. 다시 말해, 그동안의 UR운동은 항상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 각 교단 산하 조직 내지 개인들 간의 교류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해왔던 종교 간 대화들을 보면 '유일신 개념이 곧 일원상의 진리임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공감과 우호의 메시지를 보내는 내용 위주이다. 하지만 이들 '준비된' 사람들을 빼고 나면, 다종교사회인 국내에서도 원불교 교의에 대한 이해는 높지 않으며, 국내 교단 중에 친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 불교에서도 다층적인 시각으로 원불교를 바라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소수 대화주의자들 간의 울타리 안은 안온하지만, 그 바깥으로 나가면 편견과 몰이해, 독선의 삭풍이 부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동아시아 종교사에서 보면 후발 종교의 교단이나, 상대적으로 약한 입장에 서 있는 종교들이 종교 간의 보편성 내지 교섭의 이론을 내세우는 사례들이 자주 나타난다. 주류 제도종교와의 대화를 통해 후발종교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고, 교의적 보편성을 확인시켜 줌으로써 대중들의 경계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산종사에서부터 실질적으로 시작된 원불교의 UR운동이 이 정도의 수준은 넘어서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UR의 모토가 되는 정산종사의 삼동윤리는 전인류적이고 우주적인 시야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원불교의 UR이 기존 종교사에서 나타났던 '삼교합일'이나 '삼교일치'의 논리적 수준을 초월하여 세계평화를 주도할 정도의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각 종교문화권의 차이를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일례로 이슬람 문화권에서 원불교에 대해 반감과 공격성을 드러낸다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교의적 차이나, 이슬람 종교사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지역 포교에 성공하고 싶다면 그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듯이 말이다. 

정리하자면, 단지 원불교를 서서히 알리고 싶다면 타 종교와의 보편성을 확인하고 공감하는 지금의 방식 그대로도 별문제가 없겠지만, 타 문화권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그들과 공존하고 싶다면 종교문화 간 차이에 대해 주밀하게 천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종교 간 차이를 만들어 낸 문화와 역사, 사회, 도그마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 전제되어야만 진정한 UR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전인류적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으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전문성과 확장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본 제언의 요지이다.

/서울대종교문제연구소·화정교당

[2018년 12월28일자]

키워드

#원불교 #UR운동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