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논설위원 좌담

본사는 송년을 맞아 다사다난했던 원기103년을 되돌아보고, 원불교 2세기 교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17일 중앙총부에서 진행된 송년 특별좌담은 1년여 간 본지 논설위원으로 활동한 화정교당 김혜월 교도와 마산교당 정인화 교무가 패널로 참여했다. 논설위원 칼럼 뒷이야기를 비롯해 교단 이슈, 소통과 혁신, 새 지도부에 바라는 점, 교화 키워드 등 원기104년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다양한 쟁점들이 논의됐다. 사회는 나세윤 편집국장이 맡았다.
원기103년 송년을 맞아 논설위원 특별좌담을 마련했다. 17일 중앙총부에서 진행된 좌담은 김혜월 교도와 정인화 교무가 패널로 참여해 교단 이슈에 대해 짚었다.

칼럼 연재,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정인화= 내가 글을 쓸 순서가 돌아오면 늘 긴장과 설렘이 반복돼 뒤척여야만 했다. 처음 칼럼 제안을 받았을 땐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글을 연재하면서 점차 편협한 내 시각을 객관화시키고, 나 자신을 공부시키는 기회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매번 글을 쓰고 난 뒤에는 두려움이 밀려온 게 사실이다. 교무반성문이라든가 교화문제, 예민한 교단의 변화와 개혁을 촉구하는 글들은 내 손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그 울림이 늘 나 자신에게 돌아왔기 때문이다. '너부터 잘해!'하고 말이다. 교무로서 교단과 신앙에 대한 오롯함을 가지고 있지만, 논설의 특성상 사회적 관점에서 비판적 시각으로 담다 보니 혹여, 나에게 오해나 비판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었다.

김혜월= 평소 칼럼과 글을 쓴 경험은 많았지만, 옳던 그르던 내 글을 통해 누군가가 상처받는 상황이 발생할까 봐 두려웠다. 이윤택의 미투사건, 교당에서 밥 먹는 일과 밥 짓는 일의 수고로움 등 교당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교도의 시선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직접적으로 피드백을 받은 적은 없지만 주변 지인을 통해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는 소식은 들었다.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정= 김혜월 교도의 글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풍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비교종교학 관점에서 우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원불교가 나아갈 미래를 제시해줬다고 생각한다.

평소 정보 취득은 어떻게 하는가
김= 주로 교단 내 언론, 교당 활동을 통해 정보 취득을 한다. 종교학을 전공했고 원불교를 주제로 논문 두 편을 쓴 것도 도움이 됐다. 영어 논문이었는데, 심층 인터뷰, 대면 인터뷰 등을 통해 젠더 문제, 정녀 문제 등 교단에 대한 질적 조사와 분석을 했다. 선도적이든 민주적이든 '조직'은 그 자체가 가진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종교학이 분석, 관찰, 비판하는 관점을 가졌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선에서 교단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내부와 외부의 문턱에 서서 '창(窓)' 들여다보듯이 바라본다. 그러다보면 보지 못한 문제점들이 눈에 띈다.

정= 현장에 있다 보니 주로 교도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정보와 문제를 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담론이 형성되면 책과 신문, SNS의 검증을 거치면서 내면화된 글을 만들어내곤 한다. 교도들이 쏟아내는 교무와 교단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을 들을 땐 마음 아프기도 했지만, 솔직한 소통을 통해 결국 우리는 함께 가야 할 시대의 동지요, 도반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회적 관점을 가지라는 충고와 감성을 체득하고 문화로 교화하자는 조언들, 특히 교무가 변해야 교당이 변한다는 외침이 아직도 귓전에 쟁쟁하다.

논설위원이 본 올해 교단의 가장 큰 이슈는
정= 새 지도부의 탄생이다. 신임 종법사와 새 수위단회가 출범하면서 교단의 변화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집행부의 새로운 탄생에 대한 축하보다는 이들이 교단의 여러 가지 현안들을 과연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거다.
김= 동감한다. 전산종법사는 취임 법문을 통해 '새롭게'를 강조했는데, 교단이 어떻게 새롭게 변할지 무척 궁금하다. 모든 문제는 최고 지도자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실무를 맡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 교정원, 수위단회, 집행부 모든 이들이 '새롭게' 변화를 꾀해야 한다.

정= 요즘 한류문화를 보면 젊은 층이 이끈다. 우리도 문화를 통한 시대화를 앞당기기 위해선 청년들이 일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도와줘야 교단에 활력이 생긴다. 이런 의미에서 새 집행부는 원로들의 지혜를 받들되 휘둘리지 말고 설득하면서 포커스를 개혁에 두고 갔으면 한다. 정책·인사·사업의 의제 선정과 결정 과정을 수위단회라는 한정된 기구에서만 하지 말고 재가출가 모두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집행부가 되길 바란다.

'소통'이 또 하나의 쟁점이다
정= 구조적으로 수위단회는 출가 중심이며 폐쇄적이다. 대부분은 거기에서 무슨 일이 이뤄지는지 잘 모른다. 비밀스럽고 일방적이며 우릴 믿으라는 식이다. 이런 구조에서 어찌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겠는가. 처음엔 어색할지 몰라도 투명해져야 건강해지고 원만해진다. 재가가 중심이 된 기구가 결성되어 미국의 상·하원처럼 견제와 협력이 조화를 이뤘으면 좋겠다. 김혜월 교도와 같은 재가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교단을 운영하는 게 소통의 해법이라 생각한다.

김= 출가들은 재가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들이 완벽하게 공부를 해야하는 것은 아닌데 대부분의 교무들은 가르치고 길들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서로 소통하면서 각자가 가진 레벨에 맞는 법회 방식, 교리 공부가 제공돼야 한다.
정= 동의한다.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이 쉽고 빠르다.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성적으로나 영성적으로 평준화 됐다. 이런 세상에서 교무가 일방적으로 교도들을 가르치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자신도 모르게 체화된 권위의식을 버려야 한다. 진심으로 비우고 모시고 받드는 섬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제는 쌍방소통의 시대다.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화정체 원인은 무엇일까
정= 오늘 우리에게 당면한 과업은 '교화'다. 교화가 교단 생존의 절대 상수다. 교화를 잘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변해야 하고, 먼저 교무가 변해야 한다. 교무가 변하기 위해선 스스로도 노력해야 하겠지만 교단 차원에서 도와줘야 한다. 한마디로 줄탁동시가 필요하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병아리도 안에서 쪼고 어미닭도 바깥에서 쪼아줘야 하듯 말이다. 중장비가 땅을 파는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방언공사 할 때 사용했던 '삽'에 머물러있다. 교단에서 교육에 전폭적인 투자를 해서 교무들이 새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익히도록 압축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김=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다. 예전에 캐나다에 종교 답사를 갔는데, 종교기관 자체가 문화센터였다. 청소년들이 부담없이 와서 놀 수 있는 독서, 댄스클럽, 호신술 강좌 등이 1층에서 진행되고 2층에 작은 예배당을 만들어 운영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포교를 성공시켰다. 교구와 교당의 남는 공간에 문화센터를 만들어서 청소년들이 모여들게 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부교무의 역할 보장이다. 교당의 행정적인 부분은 재가교도에게 맡기고, 부교무들이 청소년 교화에 힘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가교도의 역할확대와 부교무의 교화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나를 새롭게, 교단을 새롭게, 세상을 새롭게 하려면
김= 모든 것을 '새롭게' 하려면 본인, 교단 전부 변화해야 한다. 사람은 몸에 익은 것을 지키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변화엔 고통이 따른다. 교단이 변하려면 기존 시스템을 바꿀 만한 바텀업(Bottom-up) 시스템이 필요하다. 가장 실질적인 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인데, 교도들이 직접 투표하고 청원해서 얼마 이상 투표가 되면 교단 차원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 또 교당은 '재미있게' 변해야 한다. 한국 내 일본 종교(SGI)의 집회에 가본 적이 있는데, 젊은 교도들이 댄스 공연을 하고, 전문 종교자 없이 교도들이 돌아가면서 문답감정을 했다. 베이스오브베이스만 남겨놓고 형식적인 의례를 벗어던진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 어렵고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즐거운 집회방식을 적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웃종교의 장점은 우리도 벤치마킹해야 한다.

정= 그렇다. 우리는 그동안 하향식으로 사고하고 실행해왔다. 이제는 아래로부터 위로 의견이 전달되고 이것을 모아서 전문가집단과 집행기관이 설계해서 실행하는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도 필요하다. 교단과 교당, 사업체 운영도 다 마찬가지다. 이것이 말뿐이 아닌, 새로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하듯 우리 회상에서는 선배와 교무, 리더들이 선제적으로 변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어울리는 건 조용한 혁명 즉, 개혁이다. 새해에는 신나는 일상, 설레는 법회, 보고 싶은 도반, 가고 싶은 총부, 그리운 사람들, 즐거운 인생을 사는 신명나는 나와 세상을 만들자.

[2018년 12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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