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사상연구원 콜로키움
철학자 최진석 건명원장 초청

[원불교신문=정성헌 기자]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이 19일 철학자 최진석 건명원장을 초청해 '한국인문학 과제- 개벽을 향하여'란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학(學)이라는 철학적 개념부터 풀어낸 그의 발언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고고학이 발달한 나라와 유물이 많은 나라 가운데 어느 국가가 세계를 리드했나. 우리 삶 속에서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설명해내는 능력이 더 쎄다"라는 그의 언급은 지금까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영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은 지금까지 한번쯤 세상을 재패했던 나라들인만큼 그들이 가진 학문의 힘이란 세상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추상적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지식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에서 기인한 것임을 그는 설명한다. 

그는 "인간이 사는 무대는 인간이 만든 세계와 자연 그대로의 세계로 나뉘는데 문명이란 인간이 세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하며 통제하려는 본능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이다"며 "이러한 통제를 위한 지적 발전은 바로 생존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문에서 규칙을 만드는 일, 원리원칙을 발견해 내는 일은 모두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문명이 시작된 이유이기도 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학문에서도 높낮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나라가 됐든지 초기 단계에 그 나라를 운영하는 주체는 법학이나 정치학이지만, 다음단계에서는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등이 주도하게 된다"며 "법학보다 정치학이 추상적이고, 사학보다 문학이 추상적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추상적 학문으로 높아지는 이유는 그만큼 세상을 지배하는 통제력과 영향력의 차원이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무엇에 의해 후진국과 선진국을 나누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었다. 이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왜 그토록 인문학 열풍을 몰고왔는지를 너무나 쉽게 설명한다. 

그는 "변화를 야기한 것은 자유적, 독립적, 주체적이라 이야기하고, 변화를 그저 받아들이는 것은 종속적이라 말한다"며 "후진국은 선진국이 변화시킨 것들을 그저 받아들이는 데 익숙했는데, 대한민국 역시 한글창제 이후 선도적으로 변화를 전파시킨 사례가 없었다"고 짚었다. 학문 가운데 가장 추상적이면서도 통제력과 영향력이 높은 철학과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높은 오늘이야말로 정녕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지 못하는지 판가름나는 일대의 기로임을 설명했다.

그는 질문을 중요시했다. 선도적 변화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답만 할 줄 아는 자는 문명을 거스르는 사람임도 강조했다. 그는 "이 세계 존재하는 모든 새로운 것, 위대한 것, 앞선 것 가운데 대답의 결과로 나온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모두 질문의 결과다"며 "기독교를 만든 행위, 부처가 깨달을 수 있었던 이유, 소태산 대종사가 원불교를 창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두 질문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대답은 현실에 존재하는 지식을 생각없이 그저 외웠기 때문에 새로워질 수 없다. 그러나 질문이란 내 안에 있는 궁금증과 호기심 안에 머물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행위다. 그 누구와도 공유되지 못하며, 현실에서 그 답을 찾을 수도 없다.

그는 말한다. "질문이 있을 때만이 자기가 자기로 존재할 수 있으며, 이때를 독립적인 주체라고 한다. 그러니 궁극적 질문은 무엇인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 나는 누구냐. 이 질문에서만 모든 위대함이 태어나고 비로소 자유가 시작된다."

[2018년 12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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