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학 교수

[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서품 19장에서는 "(전략) 우리는 이 모든 과목을 통일하여 선종의 많은 화두와 교종의 모든 경전을 단련하여, 번거한 화두와 번거한 경전은 다 놓아 버리고 그 중에 제일 강령과 요지를 밝힌 화두와 경전으로 일과 이치에 연구력 얻는 과목을 정하고, 염불·좌선·주문을 단련하여 정신 통일하는 수양 과목을 정하고, 모든 계율과 과보 받는 내역과 사은의 도를 단련하여 세간 생활에 적절한 작업 취사의 과목을 정하고, 모든 신자로 하여금 이 삼대(三大) 과목을 병진하게 하였으니, (중략) 이 삼대력(三大力)으로써 일상생활에 불공하는 자료를 삼아 모든 서원을 달성하는 원동력을 삼게 하면 교리가 자연 통일될 것이요 신자의 수행도 또한 원만하게 될 것이니라"라 했다.

과거 불교의 교리와 제도 및 역사는 따로따로 배워야 할 과목들이 많아서 못 다 배우고, 한두 과목에 편벽되게 배우다보니 수행도 치우치고 편벽되기 쉽기 때문에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의 삼대 과목으로 혁신한 것이다. 이는 <주역> 49번째 괘인 택화혁괘(澤火革卦)로 만나보고자 한다.

혁괘(革卦)에서 '혁은 옛것을 바꾼다(혁은 거고야라, 革은 去故也라)'는 의미이고, 단사(彖辭)에서는 '하늘과 땅이 바뀌고 사시(四時)가 완성되며, 탕무(湯武)가 천명을 바꾸어서 하늘에 따르고 사람에게 감응하니 혁괘의 때가 위대한 것이다'라고 밝혀, 혁신은 하늘의 뜻에 따르고, 사람들에게 감응하게 되는 것이라 했다. 

대종사는 〈조선불교혁신론〉을 저술하여, 석가모니에 대한 존중과 불법에 연원함과 동시에 당대 조선불교에 대한 비판과 혁신을 밝히고 있다. 재래의 낡은 전통불교에 구애받지 말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불교를 만들자는 것, 소수인의 불교를 대중불교로 혁신하는 것, 선·8228·율종을 종합하여 삼학을 고루 갖춘 원만한 수행을 지향하는 것이다. 

특히 구삼효에서는 '나아가면 흉하고 곧아도 위태로우니, 바뀌는 말씀이 삼(三)으로 이루면 믿음이 있는 것이다. 바뀌는 말씀이 삼으로 이루어지니 또한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해, 혁신이 세 번으로 이루어진다는 '혁언삼취(革言三就)'를 논하고 있다.

혁언삼취의 삼을 천지인(天地人) 삼재지도(三才之道)로 해석하거나, 만물의 시생 되는 수의 의미이다. 이 3은 재래 불교를 혁신한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의 삼대력과 직접 대응된다. 즉, 정신수양은 형이상의 영혼과 관계된 것으로 천도(天道), 사리연구는 성인의 진리를 연구하는 것으로 인도(人道), 작업취사는 세상 생활에 사용하는 것으로 지도(地道)에 대응된다. 또 삼학으로 혁신된 불공과 수행은 더 이상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사효에서는 '후회가 없으니 믿음이 있으면 명을 고쳐서 길한 것이다. 상에서 말하기를 명을 고쳐서 길함은 뜻을 믿는 것이다'고 해, 하늘의 뜻을 믿어야 자신의 운명을 고칠 수 있다고 했다. 혁괘의 여러 곳에서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 혁신의 바탕에는 절대적 믿음인 '유부(有孚=신성, 信誠)'가 있어야 한다.

/원광대학교·도안교당

[2019년 1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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