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의 절대적 은혜 잊지않고 즐겁게 공부하는 위력
근무지가 불토낙원이라는 생각으로 감사생활 다짐

오은진 교도

[원불교신문=오은진 교도] 원불교인은 사은님의 은혜와 위력 속에 처처불상 사사불공을 몸으로 실천하며 하루하루를 각자가 처한 곳에서 낙원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나도 교도들과 늘 함께하며 경계마다 은혜와 감사를 먼저 앞세워 청정한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즐겁게 해나가려 애쓰고 있다. 

사실 애를 써서 하는 일은 얼마 가지 않아서 중단이 되고 무너지기 십상이다. 소태산 대종사가 깨우쳐 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사은의 절대적인 은혜를 잊지 않고 살아야, 늘 지치지 않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위력이 있음을 느끼며 사는 요즘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부송종합사회복지관이다. 무료급식을 담당하고 있고 4년 째 근무하고 있다. 이곳 주변의 환경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장애인 혹은 독거노인 들이 거주하는 작은 평수의 임대 아파트들이 조성돼 있다.

하루 한 끼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는데, 이곳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수급자들이 식사를 하러 온다. 처음 1~2년은 나 스스로 직장생활을 하는 직업인으로 생각했다. 이런저런 불만을 하는 어르신들의 소리를 들으면 화도 나고 공짜 밥 드시면서 너무 한 거 아닌가 하는 짜증이 났다. 그 마음이 자연히 얼굴로 나타나고, 행동으로 보여졌다.

어르신들이 내게 말씀도 함부로 하고, 식사를 하다가 화를 내며 나가 버리기도 했다. 참 많이 힘들고 많이 아팠다. 이렇게 계속 이곳에 다녀야하나, 이런 생각에 나는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됐고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출근하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다.

나를 길들이기 위해 더욱 더 나에게 상처를 주는 어르신들을 위해 계속 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은, 내 자신이 나를  용서하지 못할 지경까지 됐다. 내 하소연을 듣는 가족이나 친구들, 주위 인연들도 힘들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리실 문 앞에 남자 어르신 한 분이 바른 자세로 누워 있었다. 한겨울이었고 해서 혹시나 술에 취해 주무시나하고 코끝에 손을 가까이 대어보니 숨을 쉬지 않았다. 늘 말씀이 없으셨고 조용한 성품에 점심식사만 하고 가는 크게 표 나지 않은 분이었는데, 어쩌다 내가 근무하는 조리실 앞에서 돌아가셨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그 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돌아가신 그분의 모습이 측은함으로 다가와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가만히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니, 어르신 한분 한분이 눈에 들어왔고, 그 분들을 유심히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던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내 어머니를 보았고 아버지를 보았다. 그리고 멀지 않은 나의 미래도 함께 보았다.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생로병사와 내가 지어온 업들 속에서 몸도 마음도 병들어 계신 어르신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육근 중에 입을 많이 사용해 어르신들과 소통부터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사였다. 

내가 이렇게 어르신들을 부처로 보기 시작했다. 철이 들기 시작한 거다. 즐거웠다. 정말 어렵지 않았는데 이렇게 수월하게 지옥을 벗어날 처방전이 있었는데, 그동안 귀 닫고, 마음 닫고, 입 닫고, 모든 것을 닫고 내 욕심과 오만함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대했던 내 자신을 반성했다. 내가 근무하는 동안은 이곳이 불토낙원이고 천상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감사 생활해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이렇게 마음을 바로잡고, 온전한 생각으로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게 된 것은 오로지 원불교를 만난 인연 덕이다. 매주 법회시간에 설법으로 귀를 열어준 교무님들과 매달 단장, 중앙 교화단회를 하면서 단련된 훈련의 힘, 실지 경계 속에서 대종사 법을 실천하고자 몸부림치는 노력의 결과라고 말하고 싶다.

/이리교당

[2019년 1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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