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헌 기자

5년 전 중국은 축구로 세계최고가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축구광인 시진핑 주석은 당시 2013년 중국축구협회(CFA)에서 주최한 국제축구경기에서 태국에게 1:5로 참패한 중국축구계 현실을 보면서 '앞으로 2천명의 메시를 키우라'는 지령을 내렸다. 축구선수가 4억명이 된다면 20만명당 메시같은 특출한 선수가 적어도 한명정도는 나온다는 계산에서였다.

우선 축구 유망주 육성을 위해 초·중학교에 축구를 필수과목으로 정해 고등학교 입학시험으로 치뤘다. 또 전국 2만여개 축구전문학교를 설립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당시 승리수당 5억원, 본선진출시 100억원 등 어마어마한 포상금까지 제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축구유망주 육성을 강조하자 지방단체에서는 너도나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주석의 눈에 들기 위해 타종목 유망주들을 축구 선수로 전향시키는가 하면, 원래 예정돼있던 농구, 배구 대회를 축구대회로 바꿔 개최하는 등 전시 행정이 난무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 속에 중국프로리그가 '아시아의 큰 손'으로 성장하자 '축구를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학부모들까지 가세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이탈리아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끄는 중국대표팀은 지난해 10월 홈에서 열린 피파랭킹 97위인 인도와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뒀으며, 9월 A매치에서는 카타르에게 0-1 패배, 바레인과 무승부를 기록한 게 전부였다. 

<장자> 외물편에 '학철부어'라는 이야기가 있다. 고인 물 속에 간신히 연명하는 붕어에게 필요한 것은 대해장강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한 말쯤 되는 물이라는 뜻이다. 국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정책을 펼치고, 축구 유망주 부모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할지라도 정작 그 주인공들인 중국 청소년들에게는 '세계재패'라는 거대한 목표보다 그 나이에 맞게 충분히 뛰어놀면서 축구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만한 몇 시간의 자유로움이 더 중요했을지 모른다. 자발적으로 깨달는 관계성이야말로 동기유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 '욕심은 없앨 것이 아니라 도리어 키울 것', '역(逆)이란 남의 원없는 일을 구태여 권하는 일', '먼저 모든 은혜의 소종래를 발견하여' 등 소태산 대종사가 밝힌 법문들 속에는 '관계성에 기반한 동기부여'를 무척이나 강조했다. 길을 걷다 절하지 않는 어린 아이에게 "네가 절을 하면 과자를 주리라"고 이해시킨 소태산 대종사의 운심처사는, 권위부터 앞세우거나 예의범절의 고매한 타당성을 이해시키려는 일방적 선택이 아니라, 그 아이에 맞는 실질적 동기부여로부터 자발적 변화를 출발시켰다는 점에서 순리(順理)의 한 수를 배운다.

새해를 맞아 새 교정팀에서 제시하는 정책도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새출발을 내딛는 것만큼 희망적인 내용을 많이 담았을 것이라 기대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대중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외면하고 말 것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하나의 '소확행'일 수도 있다. 

대중이 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조사하고 자료를 수집해 나갈 때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좋은 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2019년 1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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