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 / 곽진규 클래식 기타리스트
악기는 형식과 변천에 따라 다를 뿐, 음악으로 하모니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클래식 기타 가르치고 싶어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기타라고 하면 '로망스'와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을 떠올린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곡이자 클래식 기타의 대표적인 연주곡이다. 

하지만 이 두 곡 외에 클래식 기타라는 장르를 묻는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많이 아는 바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관현악단이나 오페라 등의 무대에서 클래식 기타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때문에 클래식 기타는 대중적 악기인지 정통 클래식의 고전 장르인지 이해도 쉽지 않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곽진규(32·법명 인범·청주교당) 교도는 클래식 기타라는 장르나 분야의 틀을 가지려 말고 단지 음악으로서 이해해보라고 설명했다. "모든 음악을 하나로 보면 됩니다. 현대 음악이 변천하면서 악기도 그 성격에 맞게 달라졌을 뿐이죠. 클래식 기타도 재즈·일렉트릭 기타 등도 다 같은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잖아요. 하나의 음악으로 하모니를 이룬다고 생각해보세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기타를 시작해 지금까지 자신의 음악으로 살아가는 그는 어떤 악기도 음악도 나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기타도 피아노도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악기다. 클래식도 현대음악도, 국악, 종교음악,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단지 음악이며, 그의 삶은 음악 속에서 모두 하나가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원불교 성가도 저에겐 그저 행복한 음악이죠. 어떤 이들은 그런 질문을 합니다. '원불교 성가는 좀 무겁고 딱딱하지 않느냐. 기독교 음악은 부드럽고 보편화된 면이 있는데, 원불교 음악은 아직 대중적이지 못하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하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음악은 어떤 방향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어떤 것이 옳다는 것도 없어요. 원불교 성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무거운 듯하고 형식이 갖춰져 있는 듯, 그 모습 그대로가 원불교 음악의 매력 아닐까요."

그가 말하는 음악이란 그런 것이다. 있는 그대로 봐 줄 수 있고, 어떤 소리도 어떤 음정도 행복과 감성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전 시골 할머니들이 교당에 나오셔서 법회시간에 반주 없이 박자도 틀리고 음정도 안 맞게 성가를 부르는 소리, 그 성가가 가장 아름답게 들렸어요. 그것이 원불교 성가의 매력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의 권유로 연예인을 꿈꿔 연기와 노래를 배우며 기타를 만났다. 후에 연예인의 꿈을 접고, 오직 클래식 기타를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진로를 정했다. 원기91년 고교졸업을 하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처음에는 늘 재밌고 행복하기만 했는데, 언제부턴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기타를 그만두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항상 무슨 일이든 금방 배우고 빨리 익혀나갔던 그였다. 때문에 무슨 일이든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에게 뒤쳐지지 않았고, 부족함을 모르고 살았던 그였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된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같이 기타를 쳤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의 영향으로 그만두려는 생각을 접게 됐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선생님을 알게 돼 그 영향으로 파리에 유학을 가게 됐습니다. 새롭게 다시 시작해 보고자 하는 마음을 다짐해보게 됐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과정을 마친 그는 결심 끝에 프랑스 파리시립음악학원에 유학을 가게 됐다. 그곳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았다. "모든 유학생들이 그렇겠지만 부모님의 도움으로 해외 유학생활을 한다는 것은 늘 마음의 짐이 되죠. 그래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에게 파리의 유학은 인생에 있어 넓은 세계를 경험했던 시간이었고, 나름 철이 들어가는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한국음악협회 주최 국제학생콩쿠르와 해외파견콩쿠르, 한국기타협회, 서울필하모니아 콩쿠르에 입상했다. 현재는 서울과 대구, 청주 등에서 세 번의 개인 독주회를 가지고 충북과 경북지역으로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음악을 통한 만남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다문화가정이 많아요. 그들에게 클래식기타를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이주여성들을 다른 민족이라는 색안경으로 보기도 하고, 그들의 자녀를 편견으로 보는 시각도 있죠. 그들이 클래식기타를 배우면서 모두가 음악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고 싶습니다." 

큰 꿈을 꾸고 있었지만, 소박함이 보였다. 음악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었고, 이웃들에게 그 행복을 전해주고 싶은 바람이 있을 뿐이다.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이나 출세해 명성을 떨쳐보려는 마음보다도 아직은 음악 속의 즐거운 삶이 더 좋은 그다. 

자신의 음악세계를 꿈꾸며 클래식 공연과 재능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많은 인연을 만나고 싶은 그의 바람이 얼마나 멋진 세계를 만들어 갈지 기대된다. 

[2019년 1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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