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지난해 12월15일 스즈키컵 우승 후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공식기자회견장에 갑자기 흥에 취한 일부 선수들이 행사장에 환호성을 지르며 들어왔다. 박 감독에게 물을 마구 뿌리며 깡충깡충 뛰고, 탁자를 내려치는 등 그야말로 '난동'을 부렸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이 잠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박 감독의 얼굴과 안경에는 물이 잔뜩 묻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싫은 내색 없이 선수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 뒤 가까이 온 한 선수의 볼을 쓰다듬고 어깨를 토닥여줬다. 기자회견장 바깥으로 사라지는 선수들을 보면서 흐뭇한 '아빠미소'를 짓는 장면도 카메라에 포착이 됐다. 역경과 부담을 떨치고 동남아 최강자가 된 어린 선수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한 표정이었다.

베트남 국민들은 '박항서 리더십'에 열광하고 있다. 그 비결을 묻는 인터뷰에서 그는 "리더십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선수들에게 진정성 있게 대하려고 하는 것이 선수들을 움직인 것 같다. 나부터 솔선수범하고, 선수들을 진심으로 대했을 뿐이다"라고 했다. 

리더가 조직구성원들의 기쁨과 슬픔, 걱정, 아픔, 고뇌에 공감해줄 때 그 조직은 더욱 견고해진다. 단지 경기의 승리나 조직 성장만을 바라보고 구성원의 감정에 무관심한 리더는 그들의 잠재력을 100% 끌어내지 못한다. 

감성 지능(EQ)이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은 강한 권력을 지닌 리더일수록 '공감결핍증후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완고함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골먼에 따르면 리더들에게 이런 공감능력이 결핍되는 징후로, '직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목표, 전략 등을 수립하고 강요하거나,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이해 못하고 차갑고 무관심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 등이 있다. 리더와 조직구성원의 관계를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국민, 기업에서는 고위 간부와 부하직원, 가정에서는 부모자식 관계, 교당에서는 주임교무와 부교무, 혹은 교도와의 관계 등으로 바꿔서 생각해볼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어떠했을까? '대종사 교중에 일이 생기면 언제나 대중과 같이 노력하실 일은 노력하시고, 즐겨하실 일은 즐겨하시고, 근심하실 일은 근심하시고, 슬퍼하실 일은 슬펴하사, 조금도 인정에 박한 일과, 분수에 넘치는 일과 요행한 일 등을 취하지 아니하시니라.'

이 법문을 통해 소태산 대종사가 보여준 공감의 리더십의 일면을 엿 볼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아타원 종사가 학창시절 성적표를 대종사에게 보여주자, 칭찬을 하면서도 "너 공부할 때 혼자만 공부하려고 해선 안 된다. 너보다 못한 사람들도 끌어올려야 한다. 너만 잘하면 소용없다"고 한다. 또 대종사로부터 야단을 맞고 종법실을 나오는 제자들의 표정은 늘 밝았다고 전했다.

매섭게 야단을 치면서도 동시에 상대의 기운을 북돋아줬기 때문이다. 미워서 그런 게 아니라 제자들을 향한 사랑과 자비로 야단을 쳤기 때문이다. 

정이 먼저 통해야 법이 통한다. 나의 '공감지수'는 몇 점이나 될까?

/미주총부법인

[2019년 1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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