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정기인사가 끝났다. 수위단원 선거 등이 선행된 이른바 큰 인사였다. 새로 구성된 교정원 인사 관련 부서는 아마도 상당히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퇴임자는 늘고 신규는 줄어 산술적으로 부족한 인력으로 인사를 해야 하는 현실과 마주했을 테니 말이다. 이 인력으로 어떻게 교화를 하냐는 교구와 현장의 볼멘소리를 들으면서도, 늘어만 가는 휴직자들을 설득해서 일터로 보내기는 쉽지 않다. 상하좌우 국내와 해외에서 쏟아지는 민원성 전화, 이메일, 문자 등을 어떻게 소화했을지 걱정스럽다. 교구자치제를 한다고는 하지만 교단 인사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교정원 총무부 중심의 인사인 것이다. 인사의 어려움도 그 원인도 본질적으로 과거와 다르지 않다. 심신이 피폐해진 인사 담당자들은 쉴 날을 고대하고 있을 터이다.

인사 대상자들의 입장은 어떤가? 인사이동서에 기재하는 몇 가지 내용으로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전했다고 여기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의사결정자에게 전화하기도 어려운 평범한 교역자들은 인사를 '당한다'고 느낄 수 있다. 영세한 교당과 기관에서 또 다시 비슷한 곳으로 가야하는 출가교역자들의 속내를 헤아리긴 어렵지 않다. 사가의 노부모 봉양 부담을 짊어진 경우나 어린 자녀를 길러야 하는 젊은 교역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전무출신 정신만을 강조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인사는 전환배치에 한한 일이 아니다. 우리 교단은 그 목적 실현을 위해 좋은 인재를 선발하여 교육과 훈련으로 성장시키고, 그들의 푸른 꿈이 보은의 일터에서 원만히 펼쳐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역량강화와 자아실현을 위한 재교육과 훈련을 최대한 보장하고, 정당한 기준으로 그들의 노력을 평가해야 한다. 당연히 퇴임 후의 삶도 책임져야 한다. 

인사에는 이런 고려들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책임진다는 철저한 인식으로 그들의 서원과 요구사항, 역량, 업무환경, 직장 내 어려움, 가정 사정, 건강 상태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료화해서 인사에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인사행정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급속한 고령화를 비롯한 급격한 교화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인사시스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재가교도들의 의견도 반영되어야 한다. 인사가 교정원 총무부만의 일이 아닌 이유다.

인사에 대한 불만은 매우 높다. 그런데도 같은 방식의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 반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교역자 한명 한명을 부처님으로 보고 처처불상 사사불공이 이뤄지는 인사를 지향해야 한다. 그래야 교단도 성장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곱씹을 때다. 인사기에 닥쳐서 하는 인사는 제대로 된 인사가 아니다. 다음 인사를 잘하려면 새로운 각오로 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 

[2019년 1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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