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불의 과불급이 없는 원만행으로써 취사
은혜의 소종래 발견, 근본의 은혜를 알아야
이념의 불법 아닌 생활 실천의 불법으로 개혁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교리도를 보게 되면 거북이의 네 발과 같다 하여 교법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사대강령이라 했다. 하지만 신앙문과 수행문의 공부길과는 달리 사대강령에 대해서는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하는지 등의 문제에 대해서 모르는 이들이 많다. 이번 교리문답에서는 사대강령의 의미와 각 강령들이 나타내는 내용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정택 원로교무를 찾아 문답했으며, 2회에 걸쳐 연재된다.

- 사대강령의 의미는 무엇인가 
강령이란 말은 일의 으뜸 되는 큰 줄거리란 뜻이다. 원불교 교리의 기본 강령은 법신불 일원상을 중심으로 한 인과보응의 신앙문과 진공묘유의 수행문으로 전개되는데, 신앙문은 인생의 요도를 밝히고 수행문은 공부의 요도를 밝혔다. 사대강령은 이런 교리의 전체와 교단의 지향점을 집약해 놓은 것이다. 

그 가운데 신앙문인 인생의 요도는 지은보은으로 집약할 수 있으며, 수행문인 공부의 요도는 정각정행으로 집약할 수 있다. 또한 불법활용과 무아봉공은 교단의 목표점을 밝힌 것이다. 따라서 사대강령은 교리 전반이 요약된 핵심이며 교리의 사대이념이자 교단의 사대목표로써 신앙과 수행, 봉공의 표준 실천 강령인 것이다.

- 왜 사대강령을 교리에 내세웠으며 그 배경은 무엇인가
소태산 대종사가 불법연구회로서 활동  당시 조선총독부에서 '불법연구회가 말하는 교리와 그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자, 이에 대해 원불교 기본교리의 내용을 외부에 인식시키기 위해 집약한 것이 사대강령이었다. 대종사의 포부와 경륜이 무엇인가를 포괄적으로 알리기 위해 등장한 법어인 것이다. 

개인에게서는 신앙과 수행을 아우르고 교단적으로는 지향점 내지 사회적 이념으로까지 전개시킬 수 있는 구체적 실천 체계가 잡혀진 것이다. 수행편의 결론을 법위등급이라고 볼 수 있다면 교의편의 결론은 사대강령으로 매듭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다.

- 불조정전의 심인을 오득한다는 말씀은 무슨 뜻인가
불조정전(佛祖正傳)이란 부처와 조사들이 제자나 후진들에게 대도정법을 바르게 전해주는 것이다. 심인(心印)이란 언어나 문자를 벗어나 부처와 성자의 마음으로 깨달은 경지를 말하고, 오득(悟得)은 일원상 진리를 깨달아 체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해보면 일원의 진리 곧 불조정전의 심인을 오득해 그 진리를 체 받아서 육근을 작용할 때 불편불의하고 과불급이 없는 원만행을 하자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는 교리도에서 밝혀준 일원의 성격을 밝히고 있는 내용과 상통하고 있는바 일원의 정체는 법신불이며 그 진리는 우주만유의 본원이고 제불제성의 심인, 일체중생의 본성이라 그 진리를 체 받아 진리행을 하자는 것이다. 

- 정각의 의미는 무엇이며 대각, 견성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정각이란 그 일 그 일을 바르게 안 것이며,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각자의 본심을 확실하게 아는 것이다. 정각이 사리를 바르게 안 것이라면, 견성은 성리를 아는 것이다. 또 대각이란 대원정각(大圓正覺)의 준말로써 크게 깨침을 의미한다. 즉 우주의 대소유무와 인간의 시비이해를 걸림 없이 아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정각은 사리간에 바르게 안다는 말로써 촛불 같은 광명을 말하는 것이며, 대각은 대원정각의 뜻으로 태양 같은 광명을 뜻한다. 곧 정각과 견성 등은 대원정각으로 가기위한 공부과정으로 볼 수 있다. 정각정행의 의미는 육근을 작용할 때 불편불의 과불급이 없는 원만행을 하자는 것으로, 경계를 대하여 심신작용을 행할 때 정의와 중도에 맞게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취사를 하자는 것이다.

- 어떻게 은혜의 소종래를 발견하고, 시비이해의 일 가운데 감사생활을 할 수 있나
은혜의 소종래란 은혜를 입게 된 과정을 뜻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세상을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에서 바라봤다. 즉 나타난 진리의 모습인 우주만물을 네 가지 측면에서 바라 본 것이며,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필연의 관계를 보아서 보은의 마음으로 생활하도록 이끌었다. 이것이 지은이고 보은이 되는 것이다. 평소 은혜의 근원에 대해 느끼고 알아 감사 보은행을 하며, 원망할 일이 생긴다 할지라도 은혜 입게 된 과정을 살피고 깨달아 감사 보은의 생활로 돌리라 한 것이다.

원망할 일을 감사할 수 있는 방법은 어느것 하나 은혜 아님이 없는 은혜의 소종래를 발견해  평소 감사하는 마음, 감사심고 등의 훈련이 잘 돼야 원망의 경계가 와도 감사할 수 있다. 호사다마(好事多魔) 법고일장 마고일장(法高一丈 魔高一丈)으로 반드시 진리의 시험이 있음을 명심하고 전생의 빚을 갚는 것으로 알아야 한다.  

- 교리의 핵심에 은혜를 드러낸 뜻은
일상생활 속에서 순역 경계간 사은의 큰 은혜를 발견해 감사보은의 생활을 하는 것은 긍정적 가치관, 희망적 세계관, 상생적 윤리관, 발전적 역사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생활은 언제나 즐겁고 기쁘게 보은이 되며 감사생활을 만들게 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므로 지은보은의 길은 대립이나 갈등, 투쟁적 방식을 지양하고 평화적 방법을 모색해 상생의 인간관계를 맺어 가는 효과를 나툴 수 있게 된다. 상대적 원망이나 상대적 해독의 차원을 넘어서서 절대적 은혜, 근원적 은혜를 강조한 실천 강령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에게는 은혜의 세계를 기반으로 신앙적 인간상을 보이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상극과 갈등의 세계를 벗어나 원불교가 지향하는 상생과 보은의 세계로 인도하는 함축성을 지닌 이념이라 할 수 있다.

- 왜 대종사는 불법활용을 주장했나
불법활용은 일원상의 진리인 불생불멸과 인과보응의 이치를 현실에 적용시켜 생활과 불법이 하나가 돼 실재의 삶속에 실천을 목표한 것이다. 이념의 불법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불법으로 응용될 때 불법의 진정한 가치가 발현된다고 본 것이다. 

대종사가 바라본 미래의 세계는 불법을 주체로 한 이상적 불국토이기에 불법활용도 그러한 세계를 향한 발걸음을 같이한 것이다. 이를 반영한 법설의 내용이 초기의 〈조선불교혁신론〉과 교법의 총설, 서품 등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소수인의 불교를 대중의 불교로, 편벽된 수행을 원만한 수행으로, 승속의 차별을 없애고 현실생활 속에서 불법을 조화시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므로 불법활용의 이념은 개인에게 비치면 조화의 인간상으로, 사회에 비치면 종교와 생활, 진리와 인간, 성과 속을 모두 조화 속에서 하나 됨을 볼 수 있다. 모든 종교의 교지도 통합활용 하는 종교를 지향하는 조화주의의 천명이라고 할 수 있다.

- 〈조선불교혁신론〉을 보면 대종사는 불법의 개혁을 주장해 결혼, 재가출가 차별 등을 없앴다. 지금은 오히려 불법의 개혁이 퇴보되지 않았나
대종사 당시는 출가중심이 아니라 오히려 재가중심이었다. 제도적인 모습들이 나오면서 좁아든 상황이 됐다. 초창기 불법연구회는 시주 동령을 폐지하고, 결혼도 자율에 맡기며, 공동체로서 함께 모여 생활하는 모습이 초기교단의 역사였다. 

경제적 자립에 있어서도 출가가 재가에만 의지하고 살지 않았다. 정녀제도도 대종사의 본의는 아니다. 현재 정녀제도가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것은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원불교 여성 전무출신이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 확연이 나타난다. 전부터 세대 전무출신이라 하여 전무출신 가정을 이야기 한 바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쳐 이런 것들이 제도화 되고, 변화되다 보니 대종사의 본의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점차 지양하며 변화를 시도해야 되지 않겠는가. 앞으로 갈수록 오히려 폭넓게 했던 대종사의 본의가 되살아나야 할 것이다. 

[2019년 1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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