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이번 호부터는 성리품을 〈주역〉으로 만나고자 한다. 성리(性理)는 신유학인 성리학과 이름이 같지만, 선진유학과 만날 때 그 본래적 의미가 깊이 있게 드러난다고 하겠다. 성리의 성(性)은 심(心)과 생(生)으로, 마음을 낳는 본성이고, 리(理)는 옥(玉)과 다스릴 리(里)로, 하늘의 뜻을 다스린다는 의미이다. 

〈주역〉에서는 "옛날에 성인이 〈주역〉을 지음에 장차 성명의 이치에 순응하게 하고자 함이니", "도덕에 화합하여 따르고 의에서 다스리며, 이치를 궁구해서 본성을 다하여 명(命)에 이르는 것이다"라고 해, 성리는 '궁리진성(窮理盡性)'과 '성명지리(性命之理)'의 준말로, 리는 천리, 진리이고, 성은 성명(性命)의 이치를 담고 있는 본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성리품 제1장에서는 "대종사 대각을 이루시고 그 심경을 시로써 읊으시되 '청풍월상시에 만상자연명이라' 하시니라"라고 해, 대각의 심경을 시적 감흥으로 노래하고 있다. '청풍월상시 만상자연명'은 '맑은 바람에 달 떠오르니 만상이 자연히 밝았도다'나 '바람 부는 맑은 날에 달이 떠오르니 삼라만상이 자연 밝아진다'로 해석된다.

'청풍월상시'에서는 월이, '만상자연명'에서는 명이 각각 핵심적 개념이다. 박길진은 "허공에 둥근 달이 떠오르면 만상이 낱낱이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심월이 밝게 솟아오르니, 모든 이치를 환하게 알게 되셨다"라고 해, 자연의 현상과 심성의 문제로 풀이했다. 달은 허공의 둥근 달과 함께 '마음 달'이고, 밝음은 밝은 덕인 '명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심월은 〈정역〉을 중심으로 만나고, 명덕은 〈주역〉의 35번째 괘인 화지진괘(火地晉卦)로 만나고자 한다.

먼저 화지진괘에서 진(晉)은 두 이와 사사 사 그리고 해 일로, 하늘과 땅 사이에서 빛이 드러나는 것이다. 단사(彖辭)에서는 "진(晉)은 나아가는 것이니"라고 해, 진리에 나아간다고 하고, 대상사(大象辭)에서는 "밝음이 땅 위에 나옴이 진괘이니 군자가 이로써 스스로 밝은 덕을 밝히는 것이다(명출지상 진 군자이 자소명덕, 明出地上 晉 君子以 自昭明德)"라고 해, 군자가 진괘의 이치를 통해 '자소명덕(自昭明德)'한다고 했다.

즉, '청풍월상시'는 하늘의 진리가 밝게 드러나는 것으로 '명출지상(明出地上)'과 만나고, '만상자연명'은 진리가 드러남에 따라 만물이 자연스럽게 밝아지는 것으로 '자소명덕'과 만나는 것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밝아진다는 것에는 만상에 포함된 존재이자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밝아지면 만물도 같이 밝아진다는 의미가 있다. 

진괘의 자소명덕은 〈대학〉의 삼강령에서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다(재명명덕, 在明明德)'는 것의 근거가 된다. 자소명덕한 군자가 실천해야할 원리를 밝힌 것이 〈대학〉이다. 성리품의 내용이 〈대학〉의 여러 곳과 만나고 있다.

/원광대학교·도안교당

[2019년 1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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