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원기104년을 여는 원음각 종소리가 세상을 향해 힘차게 울려 퍼졌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큰 가르침이 세계인의 마음에 두루 전해지기를, 신심 공심 공부심 자비심이 나날이 살아나기를, 그리하여 '나를 새롭게 교단을 새롭게 세상을 새롭게' 하기를, 그렇게 마음 안에 간직한 각자의 서원이, 서른 세 번의 원음각 종소리에 담겨졌다.  

올해는 타종식도 변화됐다. 희망하는 사람들 누구라도 원음각에 올랐던 타종, 덕분에 서른 번째 당목을 잡고 마지막 세 번의 타종을 하는 행운도 안았다. 타종식 후 이어진 기도식, 이 또한 특별할 것 없이 간소하게 진행됐지만 충분히 경건했고, 기도 울림은 컸다.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신년하례다. 전국 교구와 기관이 중앙총부에 모여 진행했던 신년하례가 올해는 생략됐다. 생각해보면 해마다 신년하례 열기는 대단했다. 새해를 맞아 종법사전 세배를 드리고, 신년법문으로 신앙 수행의 마음을 다지는 신년하례는 늘 붐볐다. 익산성지를 순례하는 기쁨도 더해져 그야말로 중요한 연례행사로 새겨질 터. 1월 한 달 동안 전국 각지 재가출가 교도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총부 인근 주차장에 대형버스 주차가 끊이지 않았고, 하례 기간 방문하는 그 많은 교도들의 점심 공양을 하는 총부식당의 노고도 한 달 내내 이어졌다. 겨울 한파에 오고가는 길, 안전 운행에 대한 긴장 또한 늦출 수 없었다. 

'신년 하례'는 새해를 맞아 상대방을 직접 찾아가서 인사를 나누며 축하의 예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구성원들이 모일 장소와 시간을 정해 서로 새해 인사를 나누고, 신년 덕담과 근황을 물으며 친목을 다지게 된다. 새해를 맞아 새 출발하는 의미에서 단체나 기관이 추진하려는 사업과 방향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거나 결의를 다지는 자리로도 활용된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올해 교단은 신정절 기념식으로 신년하례를 대신했다. 현장 참여를 간소화 하고 WBS TV와 원포털 인터넷방송으로 생중계하며, 상사전 망배, 종법사전, 원로전, 동지 간 세배를 했다. 신년, 각 교구 교당 기관별로 구성원들의 마음과 의지를 다지게 하자는 뜻이 실려 있는 듯하다. 전산종법사 즉위 이후 감지되는 여러 변화들 중 하나다. 

전산종법사는 대각전에서 중앙총부 새벽 좌선을 함께 하고 있다. 점심식사도 총부식당에서 대중들과 함께 한다. 식사 후 총부인근 산책 시간은 누구라도 전산종법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딱히 신년하례 기간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시간 종법사를 배알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좋은 변화로 읽혀진다. 그래서 교단의 변화에 한편 기대도 하고 있다. 이 기대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타종식과 신정절 기념식을 마치고 나오는 길, 눈이 내린다. 서설(瑞雪)이다.

[2019년 1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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