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실현 위한 모두의 마음 깨어 있어야
지속가능한 평화 위해 마음작용 훈련 필요

[원불교신문=김태우 교도] 1948년,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한 인류사회는 인간성 회복을 위한 반성과 성찰의 의지를 담은 세계인권선언문을 국제연합(UN)을 통해 세계에 공포했다. 선언문은 인류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평등하다는 철학적 토대 위에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적 권리를 국제사회가 수용했다는 데에 세계사적인 의의가 있다. 

그 결과 오늘날 국제협력을 통해 선언문은 국제관습법으로서 세계인들의 보편적인 규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도처에서는 여전히 갈등과 반목으로 인한 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어 평화를 향한 인류사회의 고뇌가 여느 때보다 깊다. 무엇이 문제일까?

인류사회가 국제연합을 중심으로 분쟁 예방과 해결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화로운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평화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평화는 우리의 인식범위를 초월하는 고차원적인 개념으로서 3차원 존재인 인간의 감각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베스트셀러 〈코스모스〉의 작가이자 천문학자 칼 세이건에 따르면, 저차원 존재가 고차원 존재를 완벽하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차원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설명을 차용하자면 평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깨달음을 통해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는 아인슈타인이 평화는 "힘이 아닌 오직 이해로서만 달성될 수 있다"라고 말한 바와 일맥상통한다.

1931년, 국제연맹 산하 국제지적협력협회는 국제사회의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20세기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 간의 편지 교환을 통한 지적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아인슈타인은 프로이트에게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킬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 지에 대해 질문했고, 프로이트는 이에 대해 문명(문화)의 발전을 촉진하는 길이 동시에 전쟁을 억제하는 길이라고 대답했다.

두 거장의 담화를 보충하면, 국제분쟁을 통제 할 수 있는 초월적 국제기구가 존재할지라도 개인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증오와 파괴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평화는 이루기 어렵다고 했는데, 두 거장 모두 평화의 구현에 있어 마음의 작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평화담론은 유네스코 헌장에도 반영되어 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평화활동가 조디 윌리엄스는 2010년 TED 강연에서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현실적인 비전으로서 '참여와 행동'을 강조했다. 여기에서 '참여'의 의미는 국제사회가 함께하는 평화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며, '행동'의 의미는 진정성을 담은 평화운동의 전개를 강조한 것이다. 즉, 조디 윌리엄스의 말에 따르면, 평화운동에서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진정성이 곧 평화를 향한 진정한 대화(Sincere Dialogue)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사례에서 살펴보듯 평화라는 것은 마음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힘의 논리가 아닌 마음의 논리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논의된 이야기들을 요약하면, 평화는 우리의 감각으로 인지 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진정한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인류사회 간의 믿음이 필요하고, 동시에 불신과 편견, 아집과 곡해에서 벗어나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여기에 평화는 마음의 작용이므로 평화의 실현은 당사자 모두의 마음이 깨어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평화협상 또는 평화대담이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마음의 각성과 올바른 마음작용을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이 여느 시대보다 중요하게 느껴지는 때이다.

/원광대 국제교류과 초빙교수

[2019년 1월1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