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해 처음 들었던 원불교 용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어가 '평떼기'였다.

생소했던 평떼기의 뜻이 잘 풀리지 않아 스승께 문답하니, 자신에게 당면한 문제를 한 평 한 평 평떼기 하듯 해결해갈 때 역량이 키워지는 거라 했다. 또한 평떼기는 공부에 있어서 신분검사의 당연등급인 신심·서원·공심·겸양·통제·무상 등 복락의 씨앗이 우리 인격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을 말하며, 일에 있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책임지고 최선을 다할 때 공동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했다.

대산종사는 영산 재방언공사를 자주 인거하며 "우리가 이 어려운 일을 한 번에 할 수 없으니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평떼기 하듯 나눠주니 어느새 일이 끝났다"며 그 뒤로는 공부와 사업을 하는 가운데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이 할 만큼 평떼기를 하고 실력을 쌓을 것을 권고했다. 또한 "인류 가운데 몇 사람이나 여래위로 뛰어 오르겠는가. 법의 사다리인 3급3위의 법위등급만 표준 잡고 평떼기하여 정진하면 누구나 다 대종사의 법통을 전하는 제자가 될 것이다"고 평떼기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실제로 우리 교단의 역사는 평떼기를 통해 이소성대, 일심합력, 무아봉공을 증명해왔다.

교정원은 사람·미래·혁신을 핵심정책으로 청소년교화, 인재양성, 미래교화, 교화단과 상시훈련, 교화체제개선, 통일교화, 미주총부 교화체제 구축 등 쉽지 않은 과제를 들고 나왔다. 3년이 아닌 6년을 지속할 장기계획을 세운 만큼 전 교도가 자신의 일로 알고 평떼기 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너무 부담되지 않게, 기쁘게 합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과의 유일한 소통창구인 교화단이 살아나야 한다. 원기 16년 발간한 〈불법연구회 통치조단규약〉에서 소태산 대종사는 교화단 조직과 운영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대종사는 정수위단회를 매월 한 번씩 개최해 상시훈련기간 공부했던 내용을 가지고 단회를 통해 일기발표와 단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감각감상·심신작용처리건을 문답·감정·회화하게 했다. 또한 다양한 현안들을 제출함으로써 공부와 사업을 함께 평떼기 했다. 모두가 다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교화단의 역동성을 정수위단원들부터 모범을 보인다고 한다. 매월 정수위단회(약칭 정단회)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회의체로만 운영됐던 수위단회가 이제 교화단 본연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려 한다. 수위단원들은 각자 처한 곳에서 체감하는 현장의 고충과 실상을 함께 회화하고 평떼기해 갈 것이다. 이러한 기운이 전국에 확산되길 기대한다.

공부하는 교화단, 문답·감정·해오가 살아나는 교화단이 원불교 교화의 정체성이다. 재가출가 전 구성원이 교단의 일을 내일로 알고 평떼기 할 것이다.

[2019년 1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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