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밥상공동체, 우리 사회 또 하나의 숙제

[원불교신문=장호준 교도] 외롭고 힘들 때 사람들은 따뜻하고 단란한 저녁식사 자리를 그리워한다. 혼밥하는 사회, 요즘 TV나 신문 등 여러 매체에서 '혼밥' 이라는 단어를 많이 접할 수 있다. 혼밥이란 혼자 밥을 먹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같은 맥락으로 혼자 술을 먹는 혼술,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이 있다. 

언어의 사회성 및 역사성에 관련 지어보면 혼밥이라는 신조어가 자주 보이는 이유는 당연히 혼밥하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라 해석할 수 있다. 혼밥을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같이 밥을 먹을 사람이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 먹고 싶어서, 직업과 같이 자신이 처한 환경에 의해서, 다른 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불편해서 등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저마다 각각의 이유가 있다. 

과거 한국 문화에서는 혼자 밥 먹는 사람은 친구가 없는 사람 즉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한국문화에서 이러한 생각이 없어지진 않았지만, 이젠 혼자 먹는 밥, 혼밥이란게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혼자 마시는 혼술, 혼자 공연 보는 혼공, 혼자 여행하는 혼행도 유행이다. 그만큼 혼자서 하는 것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최근 한 조사를 보면, 쉰 살 아래 세대에서 1인가구가 53%이다. 절반을 넘는다. 하루 두 끼를 혼자 먹는 비율이 평일 42%, 주말은 50%이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 특성상 집에서 밥을 먹는 '집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혼자 먹는 밥, 혼밥은 건강에도 해롭다. 함께 먹는 경우보다 비만율과 소금 섭취율이 10%나 높다. 메뉴에 상관없이 혼자 식사하는 행동 자체만으로도 비만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으면 음식을 먹는 속도가 빨라져 과식으로 이어진다. 스마트폰·TV 등으로 영상을 보면서 식사하는 습관도 과식을 유발한다. 영상에 집중하느라 자신이 얼마나 먹었는지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않아 위장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연세대 의대 연구팀은 우울해질 확률도 두 배 반 많다고 했다. 혼밥에 몸은 뚱뚱해지고 영혼은 말라간다는 말이 된다. 하버드대 연구를 봐도 가족 식사를 자주 하는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여러모로 건강하다. 평균적으로 과일과 야채를 한끼 이상 더 섭취했고, 튀긴 음식이나 탄산음료는 덜 마셨으며 음주 마약에 덜 빠지고 성적은 높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TV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가족과 30일 동안 저녁을 같이 먹으면 1천만 원을 주는 프로그램도 생겨났었다. 요즘 사회에서 한 달 동안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는 예시이다. 

요즘은 함께 식사한다는 게 참 힘든 세상이다. 1인가구도 많고, 국민 열에 한 명은 삼시 세끼를 혼자 먹는다는 통계도 있다. '식사하셨습니까', '언제 한번 밥 한 끼 하자' 같은 인사말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먼저 생각이 난다. 어머니, 아버지, 아내, 남편, 아이들, 오래된 친구들 사랑하는 얼굴부터 떠오른다. 함께 먹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함께 먹어야 맛있기 때문 일 수도 있다.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 수저 달그락거리는 소리보다 아름다운 소리가 있을까? 먹을 식, 입 구, 식구(食口)는 한 집에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뜻한다. 한솥밥을 함께 먹는 게 가족이다. 식구가 둘러앉은 밥상에선 젓가락이 맛있는 반찬에 몰리며 부딪친다. 아버지가 퇴근 후 사 오신 통닭이라도 나누어 먹을 때면 누가 어느 부위를 좋아하는지 알아 서로 권하기도 한다. 

식탁에 오가는 젓가락 사랑을 되살리는 건, 우리 사회가 받아 든 또 하나의 숙제라 생각된다. 가족은 밥상공동체이다. 주말저녁, 집밥 이든 외식이든 식탁에서 서로 눈 맞추며 가족사랑 나눠보는 건 어떨까?

/안락한부산진교당

[2019년 1월25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