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송원근 교무] 토요일 교당 창밖으로 보이는 휘황한 불빛아래 많은 사람들이 주말 저녁을 즐기고 있다. 문득 저 많은 사람들 중 0.1%만이라도 내일 법회에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자조 섞인 생각도 든다. 이곳은 경기인천교구 인천지구 송도교당. 이곳 송도는 국제도시라고도 불리며 경제자유지역이다. 송도신도시가 만들어 지면서 인천교당의 연원으로 원기96년 만들어진 아직 어린교당이다.

송도에 부임하고 1년을 보냈다. 어떤 분들은 송도에 산다고 하니 부자동네 산다고 말한다. 처음 이곳에 와서 TV나 사진에서 볼법한 풍경에 마냥 신기해했었지만 교당의 현실은 6급지 개척교당입니다.

신도시교당 특성상 교도층이 젊고 가족 같은 분위기다. 법회시간에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들을 마주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또한 뒤쪽에 나름 법회를 보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교당에 큰 활력이다. 교도 한분이 밭에 직접 기른 오이며 가지, 호박, 고추 등 한 아름 들고 와 인정을 나누는 풍성한 법회가 연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작은 교당이기에 교도 한분한분의 가정사는 법회 참석 분위기 큰 영향을 미친다.

토요일 전화가 왔다.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에 가야 해서요. 아이들이랑 다녀오겠습니다" 한 가족이 네 명이니 법당에 빈 방석이 크게 보인다. 큰 교당은 교도님 몇 분이 결석을 해도 크게 차이가 없지만 작은 교당에서는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특히 가족이 함께 나오는 교도일수록 빈자리는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더불어 교도들의 건강사도 이곳에서는 중요한 이슈다. 감기라도 유행하는 때이면 마음 졸이는 때가 많다. "아직 초창교당이라 숫자에 연연하지 않아요. 교도님들의 공부가 더 중요하죠" 교도 숫자를 걱정하는 교도의 질문에 교무인 나는 당당한 듯 말을 해보지만 안으로 작아지는 마음은 사실 무겁기만 하다. 그래서 다른 교무들을 만나면 법회에 참석하는 교도들 숫자는 될 수 있으면 묻기를 삼가하려고 한다. 사실 가장 궁금하지만 말이다. 

시골교당에서 살다가 도시교당에 오니 지역의 경계가 모호함도 느껴진다. 수도권은 교도들이 이사를 다니는 빈도가 잦다. 어떤 때는 내 지역에 사는 교도보다 다른 지역에 사는 교도가 많을 때도 있다.

이곳 송도도 신도시여서 다른 교당에 소속된 교도님들이 많이 살고 있다. 특히 서울에 계시다가 오신 분들도 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송도교당의 교도로 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지난해 이 지역 근처에 이사를 와서 송도교당으로 나오게 된 교도들도 몇 분이 있다. 정치권에서 많이 쓰는 표현 가운데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란 말이 있듯이 내 마음도 내로남불이 왔다갔다 한다.

이곳으로 이사 온 타 교당 교도님들이 있듯,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도 송도교당으로 법회를 나오시는 교도님들이 있다. 신념으로 하면 이 분들을 그 지역교당으로 보내드려야 하는데 '아직 초창 교당이잖아'하는 이기심으로 섣불리 보내 드리지 못하는 복잡한 심정도 감출 수 없다.

/송도교당

[2019년 1월25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