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미주 교령으로 발령된 죽산 황도국 교무가 전산종법사로부터 사령장과 법장을 받았다. 18명의 교령 발령도 예사롭지 않지만 해외 교구의 교령 발령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흔히 '해외종법사'로 불리는 '국외총부 종법사' 제도의 실현이라는 역대 종법사의 주요 경륜이 오롯이 담긴 인사이기에 그렇다. 

23개 나라, 69개 교당, 31개 기관, 120여명의 출가교역자. 우리 교단의 개략적인 국제교화 현황이다. 영세한 교당과 기관이 많지만 분명 놀라운 성과다. 이미 세상은 한집안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상품 하나도 전 세계의 소비자를 겨냥하고 유치원 교육과정까지도 글로벌한 세상이다. 굳이 국내교화와 해외교화를 나눠서 대응하는 우리 교단의 행정과 태도가 구식일 수 있다. 여전히 해외교화가 국내교화의 성과에 의존하고 있는 한계를 갖긴 하지만 큰 교화를 하려면 우리 교단의 교화의식, 교화마인드는 좀 더 글로벌화 되어야 마땅하다.

해외 교화의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해외 종법사의 등장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교단의 정체성이 약화되거나 교단적 분열로 이어지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이다. 좀 더 교세가 커진 다음에 실시하자거나, 지금처럼 해외 교구제를 잘 운영하면 되지 않겠냐는 신중론도 상당하다.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원기84년에 개정한 〈교헌〉을 보면 이런 걱정들이 괜한 것임을 알게 된다. 〈교헌〉은 제5장, 제80조에서 국외총부의 근간이 되는 자치교헌에 대해 '자치교헌의 제정은 교정원장의 제안으로 수위단회의 의결을 거쳐 종법사가 공포한다'고 규정하고, 제81조는 국외총부 종법사의 승인 역시 중앙총부 종법사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다. 교단의 정체성을 담보할 방안을 이미 마련해놓은 셈이다. 

원칙에 따라 단순하게 생각하면 답이 보인다. 어느 나라에서든 교화단은 조직된다. 지자본위로 단장이 선임되고 인원이 증가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하위단이 구성된다. 그 가운데 최상위단이 수위단이 되고, 수위단의 단장이 종법사를 하면 된다. 

세계가 한 집안이 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나라와 지역마다 문화와 인심이 다르다. 그 지역에 맞는 교화를 하려면 거기에 걸맞은 의사결정구조가 필수적이다. 교법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여타의 교화와 제도 방편들은 각 나라와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적절히 보완해가야 한다. 그래야 현지화된 원불교가 꽃 필 수 있고, 그래야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교화가 가능하다. 
획일화된 원불교야말로 원불교의 정체성을 훼손한다.

원음만방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미주 종법사의 탄생이 그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단의 직책과 권한은 일을 하라고 주는 것이다. 종법사 직책도 마찬가지다. 일원 교법의 동남풍을 힘차게 불리라고 만든 자비방편의 하나일 뿐이다. 동남풍으로 백화만발하는 세계교화를 보고 싶다. 우리 모두의 바람이지 않은가.

[2019년 2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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