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심법 〈정전〉을 응용하고
문답 감정 해오를 얻는 공부 ④
무심은 미움과 사랑을 함께 공부하는 마음

[원불교신문=오덕진 교무] 소태산 대종사께서 가르쳐주신 마음 사용 방법은 각자의 근기와 경우에 따라 각각 그에 맞는 법으로 마음 기틀을 계발하는 공부입니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내 마음으로 공부하고 일일이 문답하고 지도인에게 감정과 해오를 얻으며, 내 삶을 산 경전과 큰 경전으로 삼는 공부이기에 대종사께서는 우리의 공부는 맞춤복이라고 하셨습니다. 

▷공부인: 남편과 이혼하고 싶습니다. 90세 시어머니 모시는 것도 힘들고, 남편은 별 것 아닌 것으로 성질을 냅니다. 오늘 아침에도 남편이 바지 찾다가 없다면서 신경질 내고, 직장에서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약 오르고 제가 왜 이렇게 사나 싶어요. 남편이 새해에는 싸우지 말자고 약속까지 해놓고 그러니 더욱 서럽습니다. 
▶지도인: 부부 관계도 살아있는 관계라서 어느 때는 좋기도 하고 어느 때는 당장이라도 끝장을 내고 싶을 만큼 밉기도 합니다. 옛 어른들의 표현처럼 '미운 정 고운 정'으로 함께 사는 인연이죠. 그 애증의 관계가 인과의 이치에 따른 자연의 변화입니다. 달이 차면 기울듯 미웠다 좋았다 변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애(愛)는 증(憎)으로, 증은 애로, 돌고 돌아 지극하면, 애와 증이 구공(俱空)이나, 구공 역시 구족(具足)이죠. 이 이치를 알면 세상의 모든 부부와 똑같이 지지고 볶고 살지만, 거기에 속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공부인: 친정엄마도 아무리 거센 바람도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기 마련이라고 이혼은 절대 안 된다고 하셨어요. 너무 고리타분하고 구시대적이에요. 저는 힘든데 그냥 참고 살라고 다그치는 것만 같습니다. 단장님 말씀도 같은 느낌이고요. 싸우며 평생을 살라는 말씀이잖아요. 저는 싸우고 싶지 않아요. 남편에게 미운 마음도 좋은 마음도 안 났으면 좋겠어요. 
▶지도인: 소태산 대종사께서 부부간에 사이가 좋지 않아 내생에는 또다시 인연 있는 사이가 되지 않겠다면서 늘 남편을 미워하는 교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남편과 다시 인연을 맺지 아니하려면 미워하는 마음도 사랑하는 마음도 다 두지 말고 오직 무심(無心)으로 대하라."

▷공부인: 맞아요. 딱 제가 그런 마음의 상태가 됐으면 좋겠어요. 남편이 어떤 행동을 하든지 남편이 어떤 말을 하든지, 남편이 어떤 모습이든지 아무런 마음 작용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괴롭지 않을 것 같아요. 
▶지도인: 감정과 느낌이 전혀 없는 나무나 돌이 되고 싶은 거네요. 그런데 우리의 몸과 마음이 살아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바람인 것 같습니다. 

▷공부인: 그럼 어쩌라는 거죠? 이혼도 안 된다, 아무런 마음이 일으키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라고 하시면!
▶지도인: 저는 이혼을 하라, 하지 말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참고 살라는 말씀은 더욱 아니고요. 무심은 상대를 향한 내 마음이 상태를 의미한다기보다는 내 마음을 향한 내 마음의 상태인 것 같습니다. 무심은 "○○의 심지는 원래 남편이 싫다, 좋다하는 분별이 없건마는 남편이 신경질 내는 경계를 따라 남편이 싫다는 분별이 있어졌구나." 하고 있는 그대로 그 마음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무심해져야지'가 아닙니다. 무심은 저절로 되어지는 거죠. 무심은 미워하는 마음도 사랑하는 마음도 나오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미워하는 마음을 공부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싸워도 뒤끝이 없이 싸우는 힘이 생깁니다.

▷공부인: 그러고 보니 남편과 싸우고 싶지 않다는 마음, 좋은 아내가 되고 싶은 바람 때문에 제가 괴로운 거였네요. 나는 좋은 아내가 되고 싶은데 남편이 신경질을 내니 내가 그런 것이라고 남편을 비난하게 되고요. 
▶지도인: ○○ 공부인은 좋은 아내이기도 하고, 나쁜 아내이기도 하고, 이상한 아내이기도 합니다. 남편이 ○○ 공부인에게 좋은 남편이기도 하고, 나쁜 남편이기도 하고, 이상한 남편이기도 한 것처럼요. 

▷공부인: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너무 화가 나서 잊고 있었어요. 남편이 신경질을 자주 내긴 하지만 속정 있고 어머니를 모시는 저에게 엄청 고마워하거든요. 
▶지도인: '싸우지 말자' 다짐하기보다는 '새해에도 전투와 전투 속에 잘 살아요?!'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교화훈련부

[2019년 2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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