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백년 이전과 이후를 가장 분명하게 나눌 수 있는 분기점을 잡으라고 하면 지난 1월24일에 진행된 미주교령 법장수여식일 것이다. 이는 교단사 최초로 해외종법사 탄생 그 자체를 예고하고 이뤄진 일이기 때문이다.

20년 전만 해도 국외총부 등을 골자로 한 교정개정이 통과되기까지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시기상조, 분파초래, 재정미약 등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산종법사는 산통을 겪어가며 〈교헌〉을 개정해 놓았던 국외총부, 또 그동안 미주총부를 염두하면서 이미 건설한 원다르마 명상센터가 있었음에도 여기에 구애하지 않고 해외종법사로 직행했다.

물론 미주총부를 완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감당해야 할 인력과 경제적 부담을 국내가 아닌 현지에서 자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단거리를 해외종법사 체제로 풀어낸 전산종법사의 선택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신의 한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해외종법사 체제를 새롭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아니다.

전산종법사는 신년인터뷰에서 해외종법사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는데, '처음부터 정기훈련과 상시훈련 체제로 정비'와 '재가교도 모두 상시훈련 체제' 등 미주교화 패러다임을 훈련법과 교화단법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목적임을 밝혔다. 전산종법사는 대사식 취임법문에서 상시훈련법을, 신년에는 상시응용주의사항을 법문으로 밝혔는데 해외종법사 체제의 본의도 이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미 세계는 마음챙김 또는 알아차림 명상을 비롯해 각종 힐링 프로그램에 관련한 붐이 고도로 성숙돼 있다. 참선이나 위빠사나 등의 명상법이 본래 동양에서 전파됐지만, 이를 과학과 결합시켜 시대화·생활화·대중화시킨 곳은 서양이다. 이제는 국내에도 역수입 돼 이러한 명상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러한 세상 흐름을 살피다보면 동양은 서양을, 서양은 동양을 촉진시키고 발전시켜가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 그 안에 정신문명이 됐든, 물질문명이 됐든지 말이다.

이러한 진리는 우리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세계에 한류 열풍이 불게 되니 우리 문화와 전통이 얼마나 우수하고 소중한지 비로소 바로보게 됐다. 원래 가지고 있던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아는 일은 혼자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또 명상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즐겨한다는 소식에 유행이 되면서 명상은 누군가 억지로 시키는 일이 아닌 자신을 가꿔나가는 웰빙 문화가 됐다.

미국으로 건너간 상시응용주의사항이 한국식 거품이 싹 빠지고, 과학과 결합하며, 한류가 되고, 웰빙문화로 돌아온다면 어떻게 될까. 해외종법사 체제가 원불교 2세기 비전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2019년 2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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