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구 대치교당 이양기 교도
'가족감사카톡방'으로 가족불공
좌선과 기도로 큰 힘 얻어

[원불교신문=류현진 기자] "선생님, 해골 같아요!" "그래? 선생님은 네가 부처님 같아 보여. 멋져 보이는 걸." 

이렇게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게 된 스스로에게 놀랐다며, 이게 다 원불교의 힘인 것 같다고 환한 미소를 짓는 대치교당 인타원 이양기(認陀圓 李養琦·69) 교도. 36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그에게 원불교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줬다. 말썽부리는 아이들도 야단치기보다 따로 불러서 차분히 대화하며 원불교 법을 조금씩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아이들을 보면 속상하고 실망하기도 했지만, 마음공부를 하면서부터는 그냥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됐어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속 썩여도 화가 나는 일이 많이 줄어들게 됐어요. 말썽 부리는 아이들은 방과 후에 따로 불러 '넌 정말 좋은 최고의 사람이다', '노력하면 다 된다'는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지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법문은 바로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이다. 감사생활을 통해 어떤 일이 닥치면 그 상황에서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을 먼저 찾게 되고, 그로 인해 마음이 요동치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감사생활 덕분에 마음이 많이 편안해 졌어요. 커다란 일을 겪어도 빨리 돌리고, 수긍하고, 그냥 좋은 쪽으로 생각하게 되고 자동적으로 그렇게 되더라구요. 아이들에게서도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지 않고 좋은 면, 긍정적인 면을 보려 한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밥 먹는 것, 숨 쉬는 것, 잠 잘 자는 것도 감사하고 세상에 감사한 일들이 너무 많다는 그는 '가족감사카톡방'을 통해 감사의 행복에너지를 함께 나누고 있다. 감사일기 쓰기를 유무념으로 실천하던 중 그는 혼자만 할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두 딸, 사위가 함께하는 '가족감사카톡방'을 만들어 하루에 한 가지씩 감사한 일, 그리고 법문 등을 카톡방을 통해 공유한다. 

"딸들과 서로 떨어져 살고 있지만 카톡방을 통해 매일 소통하다 보니 기운이 연하고, 가족이 뭉쳐있는 느낌이에요. 가족들을 위한 실질적인 불공이 되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그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원기51년, 대학생인 큰 오빠를 따라 서울교당을 방문하며 원불교와의 첫 인연이 시작됐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되며 교당 생활이 끊어졌다가 마흔이 다 되어서야 다시 교당과의 인연이 이어졌다.      

"당시 딸이 대학입시에 떨어졌어요. 마음이 힘들었던 그 때, 언니가 교당에 나가자고 권유해 줘 언니가 다니고 있는 대치교당에 함께 나오게 되었어요. 교당에 나와 새벽에 딸을 위한 100일 기도를 했는데, 이 때 교당을 다니며 마음에 안정도 찾고 기도의 위력을 처음으로 맛보게 됐지요." 

기도의 힘인지 딸은 그 해 대학에 입학했다. 한참 후 나이가 찬 딸의 혼사문제가 고민돼 기도를 올렸을 때도 기적과 같이 인연을 만나 결혼도 하고, 늦은 나이에도 자연 순산으로 아기도 낳고 잘 키우고 있다고, 기도의 효과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며 그는 기도의 효과에 대해 확신했다. 

"아침 좌선과 기도가 저에게는 정말 큰 것이에요. 이것 아니면 무엇을 붙잡고 살았을까 싶어요." 57세로 초등학교 교사를 퇴임하던 해 여름 그는 아침 좌선을 시작했다. 

더우나 추우나 빼먹지 않고 좌선을 한지도 12여 년이 됐다. 간혹 고요함 속에 들어갔을 때 무아의 체험이 너무 기분이 좋고 수행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는 이 교도. 퇴임하고 나서는 교당일이 첫 번째가 되었다는 그는 "퇴임 후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 보니, 죽을 때 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은 교당에서 공부하고 교당에 관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교당에 와서 아침 좌선하고, 교당일하고, 공부하는 소소한 일들이 너무 좋다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런 마음가짐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그는 7년간 법회 후 헌공금 정리를 도맡아 했고, 연이어 또 7년간은 아예 교당의 재무분과장으로 교당 전체 회계를 맡아 교당 살림을 책임졌다. 또 교도 부회장으로 3년, 지금은 대치장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예비교무, 교무 자녀, 교도 자녀, 이 외에도 타 교당 청소년을 위한 후원 등 장학 사업에 힘쓰고 있다. 

공부도 교당일도 더 하고 싶은데 나이가 들면서 몸이 안 따라주는 것이 아쉽다는 그는 "급하게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원불교를 떠나지 않을 것이니 천천히 계속 해나가면서 할 수 있는 한 계속 교전보고, 공부하고 커다란 욕심은 없어요. 하던 대로 계속 해서 죽을 때까지 원불교 공부를 놓지 않을 생각이에요." 

도량에서 법을 떠나지 않고 살겠다는 서원을 밝힌 그는 진정 소태산 대종사가 이끌어주고자 한 행복한 신앙인이다. 

[2019년 2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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