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기자

"오직 결과만이 여러분의 가치를 증명합니다." 드라마 'SKY 캐슬' 속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은 말한다. 숱한 화제를 뿌리며 종방된 이 드라마는 더 높은 계층의 삶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잘 전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한 가정이라도 살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극본을 쓰게 됐다는 유현미 작가의 바람과는 달리, 입시코디네이터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지방에까지 확산되었다는 씁쓸한 기사도 전해진다.

유 작가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부와 명예를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 질문에 대한 고민보다는 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성공으로 가는 수단에 더 주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기자 역시 출가 전 경쟁적인 환경에 익숙했고, 늘 속해 있는 집단에서의 내 위치를 점검해 보는 것이 무의식 중 습관처럼 길들여졌다. 순위 매기길 좋아하는 사회 속에서 난 여러모로 상위권에 들기 위해 노력했고, 비교 대상은 늘 밖에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잘 한다'는 것은 '남들보다 잘 한다'는 것이 됐다. 이것이 문제였다.

출가 한 후에도 '열심히 잘 해 보겠다'는 의욕은 마음공부마저도 '남들보다' 잘하려고 비교하고 있었다. 예비교무 때도, 그리고 교무가 돼 현장에 나가서조차 '남들보다 교화를 잘하고 있는가'를 점검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입버릇처럼 "잘 해야지" 하는 내게 "도대체 잘 한다는 의미가 뭐야?"라는 도반의 질문. "우리에게 있어 잘 한다는 것의 기준은 일원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일침은 내게 큰 각성을 주었다. 그렇다! '육근을 사용할 때 일원상과 같이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하게 쓰고 있는가'가 잘함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현상적인 결과만을 좇아 비교우위를 점하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잘못된 기준을 잡고 있었구나! 그리고 또 배웠다. 채우는 것 보다 비우는 것, 높아지는 것 보다 낮아지는 것, 혼자 빨리 가려는 것 보다 함께 가는 것이 도가에서는 더 중요하다는 것을.

하지만 아직도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조금만 마음의 고삐를 놓고 보면 여전히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에 집착하고, 혹은 내 마음공부 순위를 매기며 또 다른 형태의 피라미드에 올라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난 'SKY 캐슬'에 나오는 그 어떤 인물도 감히 비난하지 못할 것 같다. 그들의 모습이 여전히 내 안에도 살아 숨 쉬고 있기에. 다만 순간순간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이 'SKY 캐슬' 인가 '일원상 캐슬'인가 챙겨갈 뿐이다. 억대에 달하는 입시코디네이터가 현존한다는 소문도 있다.

우리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마음공부 코디네이터를 이미 만났다. 좋은 기회를 만난 이 때, 또 한 번의 새해를 맞아 다시금 '일원상 캐슬' 입성에 전의를 다져본다.

[2019년 2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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