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성현과 글로라도 인연이 닿아 배울 수 있음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지만, 그러한 성현을 직접 뵈옵고 그 운심처사하심을 직접 받든다는 것은 보통 인연으로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팔산 김광선은 무려 이십여 년을 대종사 가까이에서 받들며 모신 각별한 인연이다. 그는 소태산 대종사로부터 배우고자 하나 여전히 잘 되지 않는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순일 무사하신 공심이다. 한마디 말씀이나 행동에서 사(私)라는 것을 느낄 수 없는, 오직 공(公)뿐인 모습. 오직 회상 창건하는 그 일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말씀도 행동도 없던 그 순일한 모습에 마음 깊이 감탄하여 배우고자 했다. 선공후사. 공을 앞세우고 사를 뒤로 하는 태도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을 만 할진대, 지공무사. 오로지 공밖에 없는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이일까?

최근 뉴스에서 우리나라 응급의료학계의 선구자인 윤한덕(51)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일터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채로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기사를 접했다. 한 달에 집에 3~4번 갈까 말까 할 정도였으며, 사무실 한쪽 간이침대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하던 그를, 같은 응급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인생 전부를 걸고 응급의료체계 선진화를 위해서만 산' 사람으로 묘사한다. 지공무사를 삶에서 구현한 이를 보는듯하여 그의 헌신적이고 숭고한 삶에 고개가 숙여진다. 인간은 천지와 둘 아닌 지공무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실로 위대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둘째는 시종일관한 성의이다. 김광선은 대종사가 영광 길룡리에서 구인제자를 지도하며  간척사업을 할 때 보이던 성의나, 오래 세월이 지나 보이는 성의가 오히려 더할지언정 조금도 약해짐이 없는 점에 깊이 감탄해 배우고자 했다. 중생은 무슨 일 좀 열심히 하는 듯 하다가도 경계를 만나면 마음이 약해진다. 무슨 일로든 내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일이 있어 감정적이 되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뚝 떨어지기도 한다. 또는 단순히 시간이 흘러 처음 먹었던 마음이 풀어지기도 한다. 바로 이때가 공부를 계속해야하는 때임을 알아 대종사가 보여준 시종일관한 정성심을 본받아 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청탁병용하신 포용이다. 김광선에 따르면, 대종사는 미운 짓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잘 무마하고 애호하며 항상 말씀하시기를 "좋은 사람이야 누가 잘못 보느냐. 미운 사람을 잘 보는 것이 대자대비의 행이라"고 말했다. 마음에 거슬리는 사람이 있을 때, 대종사의 이 한 말씀을 새겨 유념해보자. 공부를 할수록 마음의 평수를 한 뼘씩 넓혀가보자. 

김광선은 이 세 가지를 가장 흠모하여 배우고자 하나 여전히 능하지 못하다고 했다. 성현의 한 말씀 한 행동을 모두 우러러 흠모하여 본받아 행하고자 한 김광선의 신심도 비범하지는 않다. 정산종사는 성불의 결실을 볼 수 있는 좋은 종자는 선을 좋아하는 습관이라 했다. 성인을 흠모하여 닮고자 하는 이는 언젠가 성불의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다음 호부터는 원광보건대학  최정윤 교무의 〈정산종사법어〉 무본편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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