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챙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복잡하고 분주한 세상이다. 그래서 소태산의 마음공부를 하는 공부인들은 상시일기를 기재하고 유념과 무념을 대조한다. 유무념 공부는 교화단의 의무적 점검사항이자 법위사정의 중요한 평가 자료다. 유무념이 마음공부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분주할 수록 더 챙겨야 할 수행이다.

개인적 수행인 유념 공부를 좀 더 넓게 생각하고 적용해보자. 교당-지구-교구 그리고 교정원을 비롯한 단체와 기관의 유념 공부는 잘 되고 있는가. 

〈정전〉 상시일기법을 보면 '처음에는 일이 잘 되었든지 못 되었든지 취사하는 주의심을 놓고 안 놓은 것으로 번수를 계산하나, 공부가 깊어 가면 일이 잘되고 못된 것으로 번수를 계산하는 것이요'라고 하여 공부의 깊이에 따라 점검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유념 공부를 개인에 국한시키지 않고 조직과 교단에 확대 적용해보면 그동안의 우리 공부를 반성하게 된다.

교단의 조직들은 대개 주의심을 놓지 않는 단계까지는 도달한 것 같다. 하지만 '일이 잘되고 못된 것으로' 평가하자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비전과 목표를 포함하여 교단의 조직들이 내세우는 정책들을 돌아보자. 정책 수립 과정이 허술한 것도 문제겠지만, 스스로 만든 정책의 실행을 유념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일이 많다는 핑계로 정책들이 무력화되고, 별다른 이유 없이 우선순위가 바뀌고, 소리도 없이 정책이 종료되고, 정책평가가 생략될 때가 그러하다. 조직이 내세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도 그냥저냥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개인의 유념 공부와 조직 차원의 유념공부가 서로 다른 잣대로 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

정책은 조직의 공동 유념 조목과 같다. 개인의 상시일기와 유무념 대조 공부만큼 조직의 정책들에 대한 유념 공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구성원 전체가 마음을 챙기고 역량을 집중해 성과를 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가 객관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어쩌면 이런 큰 공부를 하기 위해서 개인적 유념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닐까. 수 천 번 수 만 번의 유무념 대조로 쌓은 마음의 힘은 공동의 목표인 정책 실행을 위해 발휘되어야 마땅하다. 그래야 대승적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언된 정책이 바로 우리들의 공부 거리이다. 공부와 일은 결코 둘이 아니다.

대산종사는 '주세 성자의 말씀은 반드시 이루어지나니 우리는 대종사의 말씀이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잘 받들고 실천해 나가야 하느니라'고 후진들에게 당부했다. 이게 당신의 유념 조목인 것이다. 대종사의 말씀을 경전 속에 묵혀놓아서는 안 된다. 추상에서 현실로 끌어와 구체적인 정책들로 구현해야 한다. 정책이 실패하면 소태산의 말씀도 땅에 떨어지고 만다는 분발심이 필요하다. 

하자고 했으면 반드시 해내고 마는 교단적 유념의 힘이 필요한 때다. 유념하고 또 유념하자.

[2019년 2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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