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 새로운 문명에 맞는 새로운 종교 모습 제시
재가 중심의 생활불교, 원불교 정체성 바로 세워야

김방룡 교도

[원불교신문=김방룡 교도] 지난 백년의 원불교 역사를 돌아보면 실로 많은 교단의 성장이 있었고, 그 성장의 바탕에는 소태산 대종사, 정산종사, 대산종사 등 탁월한 지도력과 많은 선진들의 희생적 정열이 있었다. 그동안 원불교는 소태산의 대각에 의거해 교리체계를 세우고 일제강점기 '불법연구회'로 활동하다가 해방 이후 정산종사에 의하여 교명을 '원불교'로 바꾸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소태산 대종사의 친저인 〈불교정전〉에서는 4대 강령으로 '정각정행·지은보은·무아봉공'과 더불어 '불교보급'을 제시하고 있다. 또 제1편 개선론의 제8장 '진리신앙과 석존숭배'에서는 "우리는 법신불일원상을 수행의 표본과 진리적 신앙의 대상으로 모시고 석가모니불을 교주로 숭배하나니"라고 하여, 원불교가 불교일 뿐만 아니라 과거 낙후된 조선의 불교를 석존의 가르침에 의거해 시대에 맞게 생활 속에 뿌리내려 대중화하고자 하는 포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해방이후 원불교는 이러한 소태산의 원대한 포부를 기반으로 기존의 불교 교단과의 경쟁 속에서 원불교의 독자적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주력해 왔다. 기존의 불교 교단에 들어가지 않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회상을 일구고자 했던 소태산의 원대한 포부를 현실 속에서 이루고자 하였기에 이러한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었다고 할 수 있다. 

〈원불교 교전〉 제1 총서편의 제2장 교법의 총설에서 "과거의 불교는 그 제도가 출세간 생활하는 승려를 본위하여 조직이 되었는지라, 세간 생활하는 일반 사람에 있어서는 모든 것이 서로 맞지 아니하였으므로, 누구나 불교의 참다운 신자가 되기로 하면 세간 생활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며 직업까지도 불고하게 되었나니"라고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승려본위가 아닌 재가본위 그리고 출가 중심이 아닌 생활 중심의 새로운 불교로의 독자적 정체성이 요청되었던 것이다. 

원불교 새로운 백년의 벽두에서 원불교 정체성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것은 '원불교가 불교인가, 아닌가?'하는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원불교가 과연 재가 중심, 생활 중심의 새로운 불교인가, 그렇지 않은가?'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소태산은 당시 불교계의 문제를 직시하고 다가올 새로운 문명에 맞는 새로운 불교, 새로운 종교의 모습을 제시하였다. 그 방향은 불상숭배가 아닌 법신불에 입각한 진리적 신앙이었으며, 재가 중심의 생활불교였다. 따라서 새로운 집행부에게는 이러한 원불교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교단 개혁의 과제가 주어져 있다.

불교와의 관계에서 원불교의 정체성을 세우는 데에는 두 가지의 방향이 있다. 첫째는 불교와 다른 원불교만의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고, 둘째는 불교의 역사를 포용하면서 시대에 맞게 새로운 불교를 창조하는 것이다. 소태산의 지향점이 두 번째의 방향이었다면, 언제부터인가 교단의 방향은 첫 번째의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교단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여 진다. 하지만 교단의 발전을 위해서는 원래 소태산이 지향하였던 방향으로 되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소태산이 불교를 개혁하고자 한 참 뜻은 당시 불교계가 부처님의 본의를 올바로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신의 연원을 부처님에게 정하고, 또 "장차 회상을 열 때에도 불법으로 주체를 삼아 완결 무결한 큰 회상을 이 세상에 건설하리라"는 소태산의 일성은 거시적으로 보면 2600년 가까운 불교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한 장면이다. 소태산을 이 시대의 주세불로 자리매김한 정산 종사의 안목도 위대하지만, 불교의 장대한 역사 속에서 소태산의 위상을 바로 자리매김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세계무대에서 원불교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거 불교의 역사를 원불교의 역사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동안 선진들의 노력에 의해 원불교의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면, 이제 이를 바탕으로 하여 과거 불교의 역사를 끌어안으려는 총체적인 노력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꿈꾸어야 하지 않을까? 새 시대에 맞는 재가불교와 생활불교의 요람으로서 원불교를 꿈꾸어 본다.

/충남대 교수·한국선학회 회장

[2019년 2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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