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열

[원불교신문=조성열] 흔히 학교 얘기라면 밝고 희망차고 재미난 에피소드가 담겨 있으리라 기대하겠지만, 내게 2018년 학교생활은 즐겁고 행복하기 보다는 어렵고 고단하고 외로운 날들이 더 많았다. 

2학년 학급 담임을 맡아 생활하면서 솔직히 하루하루가 어찌 지나갔을까 싶을 만큼 힘들었다. 내 나름대로는 아이들과 마음 나누며 재미나게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부족했던 것일까? 마음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과 나를 보는 다른 시선에 억울하고 답답해서 눈물부터 왈칵 쏟아졌다. 지나고 보니 부끄럽고 못난 모습이다. 그래도 여차저차 얘기하면 상대의 이해는 못 구할지언정 내 마음이야 후련하겠지만, 나의 말 한마디가 곧 학교의 입장이 되겠고 그 입장의 무게를 알기에 얘기하기가 조심스러웠다. 또, 내가 하는 이야기가 곧 우리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터이니 더욱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게 12월이 지나 아이들을 보내고 방학을 맞았음에도, 나는 아직 지난해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과 그때의 마음들이 종종 떠오른다. 물론 내 마음공부 내공이 얕아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럴 때마다 난 아직 2018년에 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은 2019년이 틀림없으니 새 학기를 준비하고 시작해야할 터인데, 3월이 다가올수록 걱정하고 긴장하는 내 마음이 보인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힘을 낼 수 있을까,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등 여러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뭐, 딱히 해결방법이 있지 않음을 알고 있다. '아, 내가 지금 이 마음 나는구나.' 끌리면 끌리는 대로 지금의 마음을 지켜볼 수밖에.

나의 학교생활을 술술 풀어놓은 거 같아 송구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두서없이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실타래처럼 엉켜있던 생각들이 좀 정리된 느낌이다. 
어쨌든 2019년.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곧 3월이 코앞이다.미리 고백하면, 나는 이 고민의 결론을 이미 알고 있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거듭되는 힘든 일로 어찌해야할지 밤새 끙끙 앓듯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하루가 반복됐다. 그런데, 그 생각의 끝에 늘 나를 기다린 대답은 바로 내가 우리 아이들의 담임이라는 것이었다. 

문득 지난해 우리 반의 한 아이가 마음일기장에 내게 남긴 메모가 기억난다. "쌤, 왜 그렇게 기다려주세요. 기다린다고 아이들이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쌤만 너무 힘들잖아요." 그 시절 그 아이가 보기에도 내가 좀 고달파보였나 보다. 그 메모에 나는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었던 것 같다. '○○야, 고마워. 기다리는 일, 그게 선생님의 일이란다. 최선을 다해 기다리다보면 아이들도 내 마음을 알아줄 때가 오겠지!' 

그럼에도 아직 나는 2019년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야할지 딱 정하지는 못했다. 다만, 분명한 건 3월이면 내 마음은 어김없이 아이들을 향할 것이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신나게 하고 있을 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곧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 걱정하고 긴장하는 마음 대신 기대하고 여유로운 마음이 자리할 거라 믿는다. 

올해도 우당탕탕 시끌벅적할 우리 학교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나를, 아이들과 깔깔거리며 수다 떨고 있을 나를 응원해본다.

/성지송학중학교

[2019년 2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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