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서원관에 부임 후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다. 외투를 입고 다니기엔 덥고, 안 입고 다니기엔 추운 '실내온도'가 그것이다. 결핍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발견하는 은혜, 그간 생활했던 훈련원의 따뜻한 환경이 새삼 감사하다.

'당하는 그때 감사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그 곳에서는 그 은혜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과거형으로 생각 하다 문득 '이곳을 떠나면 이곳의 감사를 느끼겠지, 그렇다면 이 곳 또한 꽃자리 아닌가. 지금을 감사하면 된다. 은혜는, 발견하는 자의 몫이다' 하는 자각이 든다. 결핍이 되어야만 알게 되는 감사 말고, 결핍이전에 느끼는 온전한 감사, 그래서 '감사는 생활'이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감사가 마음에 가득 차니, 신기하게도 추운 마음은 사그라졌다. 물론 추운 마음은 흔적 없지만 추운 몸은 남았기에,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어제 오늘 '조끼'를 찾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마땅한 조끼는 없다! 재질도 두께도 품도 내가 찾는 그것은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이 잡듯 뒤지지만, 내가 찾는 것은 없는 실망. 없고 또 없어서 살짝 지칠 무렵 '그냥 포기할까?' 생각하며 SNS페이지를 열었다. 어! SNS페이지 중간에 갑자기 조끼 사진들이 등장한다! "어맛! 내가 찾던 거다!" 입에서 현실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상관없는 페이지에서 느닷없이 '내가 찾던 조끼'를 발견하는 기쁨이란! 격양이 된 손가락으로 단번에 조끼를 구매했다. 그렇게 열심히 찾아도 없었는데, 원하는 것을 딱~ 보여주다니 신기하다. 저 SNS페이지엔 원래 중간 중간 쇼핑몰 상품이 나오곤 했다. 우연히 찾은 것인 줄 알았는데 실은 우연이 아니다. 조끼사진들 옆에는 내가 어제 검색했던 다른 상품도 노출되고 있었다. 이런 일이 사이버 상에 벌어진단 걸 알고는 있었지만, 혜택을 보게 되니 신기하다. 내가 검색했던 키워드가 저장되어, 시종일관 내게 노출되는 것이다. 지극히 찾게 되니, 오늘 딱 눈에 띈 것뿐이다.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내가 검색했던 상품' 사진들이 새삼스레 보인다. 참 편리하고도 무서운 물질물명의 혜택이다. 문득 한 감상이 든다. 물질문명은 '나의 욕구'를 반영하여, 나의 원하는 것을 제공해주는 시스템을 갖췄는데, '나는 타인에게 그런 사람인가'하는 반조다. 

대종사는 솔성요론에 "다른 사람의 원 없는 데에는 무슨 일이든지 권하지 말고 자기 할 일만 할 것이요"라고 법문했다. (<정전> 제3수행편 제12장 솔성요론) 

중요한 것은 '상대의 원'이다. 상대가 원하면, 비로소 상대의 눈에도 보인다. 내가 늘 그 페이지를 보았지만, 상관없이 지나다 오늘에야 딱 받아들인 것처럼 '그때 권해 주면 된다.' 실천하려면 결코 쉽지 않다. 상대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보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을 먼저 고려하고 있지는 않은가. 도반의 말이 떠오른다. "기다리기는 가장 어렵고, 지적하기는 가장 쉽더라구요." 원하면 그때는 보인다. 상대가 지극히 원하는 그 날까지 기다려주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너의 실천으로 계속 보여주면 된다고 내가 찾던 조끼가 내게 알려준다. 

/교학대서원관

[2019년 2월2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