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경 지음
책틈·13,000원

[원불교신문=류현진 기자] '세월이 지나면 잊힌다', '잊어야 산다', '죽은 사람은 잊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우리 주위에서 듣는 흔한 애도와 위로의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특히 소중했던 사람을 강제로 잊는다는 건 쉽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잊은 듯해도 어느 날 갑자기 밀려오는 기억과 아픔은 신이 아니고서는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상실의 슬픔과 애도의 감정을 서둘러 봉인하지 말고 제 몫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41개의 짧은 이야기를 담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동생의 상실을 직면하고 애도하며 그렇게 회복해가는 자신과의 갈등, 결실 등을 드러낸다.

상실을 인정하고 내면으로부터 서서히 회복해 나가는 모습의 이야기로 자전적 이야기부터 우리 사회의 다양한 상실의 이슈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나누는 이야기가 맞물려 있다. 상실의 시대를 어떻게 마주하며 어떤 삶을 살아낼 것인가를 질문하며 천천히 걸어온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아프고 슬픈 상실의 기억으로 고민했다. 이 기억은 '쓸모없음'으로 버려야 할 것들인가. 하지만 그는 그 몹쓸 기억들을 다시 주워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세우며 삶을 재구성하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자신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 된다.

그는 책의 서두에 출간의 심경을 밝혔다. "누군가에게 짧은 애도 여행이 될 수 있기를…. 세상에서 가장 은밀하고 안전하게 상실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처 못다한 슬픔을 마주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의 선물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지난 몇 년 전보다, 작년보다, 어제보다 성장했습니다. 이제 막 반창고를 떼었기에 조심스럽습니다. 이 길을 함께 걸어가며 삶의 한쪽을 다시 세워나갈 분들에게 가장자리 산책자가 바치는 선물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그는 스스로 생을 버린 누군가의 딸과 아들, 엄마이자 아내, 누군가의 친구, 연인 그 소중한 존재들을 위해 눈을 감고 기도한다. 슬픔을 승화해 안식으로 사랑으로 치유되고 있는 그의 마음에 평안을 빌어본다.

[2019년 2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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