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회의가 변하기 시작했다. 교구장회의의 정식 명칭은 교구장협의회(이하 협의회)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동안 협의회는 형식적으로 운영됐다. 1년에 2회 교정원장이 소집해, 주로 교정원의 전달사항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고 협의 사안을 다루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교구 간 정보 교류는 잘 이뤄지지 못했다. 각 교구의 현안이 주요 의제가 된 경우도 드물었다. 교정 정책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상의하달의 장이었던 셈이다.

원기96년 제정된 협의회규칙에는 설립 목적을 '교정원과 교구, 교구와 교구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의를 통하여 각 교구의 교화활성화와 제반사업의 진흥'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기능도 '교단의 교화정책에 관한 건, 교구와 관련된 교정 정책에 관한 건, 교화정책 집행 평가에 관한 건, 교화정보 등의 교류사항, 기타 의장이 중요하다고 부의하는 사항'에 대한 협의라고 명시돼 있다. 규정상으로는 교단과 현장의 주요 현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협의체인 것이다.

하지만 일부 조항은 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협의회 의장을 당연직으로 교정원장이 맡는 규정은 깊이 재고해야 한다. 교구자치제를 지향하는 교단 정책에 비춰 보더라도 '교구장' 협의회의 대표는 교구장 가운데서 선임돼야 마땅하다. 교구장들이 좀 더 자주 협의체를 통해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현장교화의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수평적이고 자발적인 실용적 협의체가 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 교정원과의 긴밀한 소통과 정책적 합력이 이뤄지는 모양새가 바람직하다.

2월 22일 열린 원기104년 전반기 협의회에서는 새롭고 의미 있는 변화를 볼 수 있었다. 각 교구 교의회의장들이 참석한 것이다. 재가교역자 교정참여 확대라는 바람이 반영되는 첫 걸음이라고 할 만하다. 앞으로 수평적 참여와 소통, 필요시 회의체 명칭 변경, 개최 일정 조정 등 논의할 사안들이 많지만, 일단 시작은 고무적이다. 

결국 교화성장의 답도 현장에 있고 그 주역들도 현장에 있다. 따라서 교구가 모든 정책의 주체가 되어야 마땅하다. 교화, 인사, 재정, 인재양성 등 산적한 과제들을 교구 단위로 풀어가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정원은 각 교구의 정책 실현을 지원하고 적절히 조정하면 된다. 분야별 전문성에 기초해 교구의 정책 전반을 이끌어주고 정책 평가에 집중해야 한다.

각 교구에는 신심 깊고 전문성을 갖춘 재가 교도가 많다. 각 분야에서 혈심 혈성을 다하는 출가 인력도 있다. 그들이 정책을 만들고 성취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교단 운영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교정원 중심의 정책들이 오히려 현장의 자력을 약화시켜 온 점은 없는지 돌아보자. 

물론, 이와 같은 논의는 현재의 엄청난 교구 간 격차를 해소한 다음에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협의회의 새로운 시도가 교구자치제와 교단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019년 3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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