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법인 부산' 대표 문병엽 세무사

국세청·납세자 양쪽 경험 풍부한 베테랑
납세자 대할때 우리 교법으로 불공

[원불교신문=이은전기자] '영수증이 곧 돈이다, 부가가치세만 알아도 몇천만원 건진다, 복잡한 법인세 깔끔하게 정리하기...' 세금 덜 내는 방법에 대한 책과 블로그, 신문 기사 등이 차고 넘치는 요즘이다. 현대사회로 올수록 세금은 일상을 따라다니며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회사에서 알아서 다 처리해주는 직장인과 달리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자영업자는 세금 처리를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한다. 집과 토지를 사고팔 때면 양도소득세를 내야하고 상속과 증여 때도 세금이 발생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이 "죽음과 세금은 아무도 피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세법이 워낙 복잡해 일반인이 세금신고를 스스로 하기 어렵고 자칫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세금 신고를 도와주고 수익을 얻는 사람이 세무사다. 

국세청 및 세무서 공무원 28년, 세무사 개업 17년 등 모두 45년의 세무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세무사가 있다. '세무법인 부산' 대표 문병엽(법명 도현·양정교당) 세무사를 만나기 위해 부산시 거제동 법조타운을 찾았다. 칸칸이 변호사와 세무사 사무실이 줄지어 선 복도를 지나 세무법인 부산으로 들어서니 책장에는 법전이 빼곡하게 꽂혀 있고 사무실 3분의 1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서류 박스 더미는 한 눈에 업무량을 짐작하게 한다.  

"의뢰 한 건 당 한 박스 넘게 서류가 생산되고 보관 기간이 5년이라 창고가 가득 차 사무실까지 침범하게 됐어요. 매년 고정 거래처가 150여  군데라 생산 서류가 엄청납니다." 1월 부가가치세 신고 기간을 겨우 넘기고 나니 눈 앞에 법인세 신고 기간이 다가왔다. 1년 중 가장 바쁜 때가 3월 법인세,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으로 그를 만나기 위해 촘촘한 스케줄을 겨우 비집고 들어섰다. 

"스트레스 없는 직업이 있습니까? 다 감사로 돌려내면 되지요. 주로 숫자를 다루고 치밀하고 정확해야 하는 업무인 이 직업이 내 성격에 맞는 것 같아요. 45년 동안 일하면서 싫다고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네요."

마감을 앞두고 밤 12시까지 야근할 때가 많은 직업인데도 전혀 싫지 않다는 그에게 이 일은 천직이다. 회계학을 전공한 그는 세무서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 퇴직 후 미래를 내다보고 세무사 시험을 준비했다. 6년을 공부해 네 번 만에 합격, 28년의 공무원 생활을 퇴직하고 49세에 개업했다. 

"부산·울산·제주를 관할하는 부산지방 국세청 산하에서 총 10명을 뽑던 시절이었어요. 제 인생에 포기란 없기 때문에 합격할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었지요. 좋아하던 테니스도 딱 접고 독서실만 다녔습니다. 뒷바라지한 아내(상타원 정미화 교도·양정교당) 도움이 컸어요."

세금을 걷는 국세청 업무와 납부하는 납세자 권익 업무 양쪽을 다 경험해 얻은 풍부한 노하우가 고객이 끊이지 않게 하는 자산이다. 이러한 실무 경험으로 최근까지 부산교대 평생교육원 세법 강의도 맡아 해왔다. 

세금신고, 회계장부 작성, 행정심판, 세무조사, 공시지가 이의제기 등 납세자를 대신한 단순 세금 업무에서 벗어나 세금 전반에 대한 컨설팅도 중요한 업무다. 부동산을 처분하는 시기, 이혼으로 부딪치게 되는 재산 분할 과정, 상속과 증여 중에서 유리한 방향 등 일반인에게 세무사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자칫하면 고객이 몇천만원 손해볼 수도 있기 때문에 다 아는 내용이라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합니다. 세법이 자주 바뀌니 항상 책을 펴놓고 공부해야 하구요."

"내가 못 당할 일은 남도 못 당하는 것이요, 내게 좋은 일은 남도 좋아하나니, 내 마음에 섭섭하거든 나는 남에게 그리 말고, 내 마음에 만족하거든 나도 남에게 그리 하라."

그가 5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면서 가장 보감 삼는 법문이다. 

"나에게 버거운 일은 남에게도 버거울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니 배려와 격려, 보상 등 적절히 조절합니다. 직원이 일을 잘해야 나에게도 이로운 법이니까요. 화합 하다보면 주인의식이 저절로 생기고 주인의식이 있어야 납세자에게 친절하게 됩니다."

'친절, 화합, 주인의식'이 사훈이다. 이런 태도는 납세자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로 우리 교법대로 한다. "탐심과 진심 공부 간단합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상대에게 화내지 않으면 됩니다. 사업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수수료를 덜 받으면 되고 상대의 처지를 헤아리면 화가 나지 않습니다. 원불교 교도로 살다보면 마음을 잘 쓰자는 법문이 몸에 체득되기 마련이지요."

원기72년에 큰 아이가 양정 원광유치원에 다니게 되면서 입교했고 양정교당 교도회장을 맡아 3년째 봉공 중이다. 사무실 책상 위에 세법 법전과 함께 나란히 올려져 있는 교전을 보며 그의 법호 '법산'을 떠올려 본다. "교법을 뜻하는 법산이면 좋겠지만 아직 공부 실력은 부족하니 직업의 뜻으로도 매우 마음에 듭니다. 다음 생에 공부가 부족해 전무출신은 어려울 것이고 늘 하던 대로 세무사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2019년 3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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