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을 통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하려 하니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원불교신문사에 몸담고 근무한 지 9년 여 시간, 내가 교도임이 가슴 벅찬 '은혜'임을 깨달은 지금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무모한 용기를 냈다.

구정을 하루 앞둔 날, 엄마가 열반하셨다. 짧지 않은 투병의 시간이지만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자기관리가 철저하셨던 엄마, 그 강인한 의지가 오랫동안 계속될 줄 알았다. 중환자 병실에서 20여 일을 엄마와 함께 보내면서, 상황이 호전될 때는 간병하는 자식 몫을 생색내기도 했다.

임종이 며칠 남지 않았음을 알았을 때, 때늦은 후회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문득, 이리 허망하게 이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아있는 시간, 엄마에게 전하지 못한 마음을 전하고, 무엇보다 잘못했던 일을 진심으로 고백하며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그렇게 4남매 모두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고, 가족들 모두 엄마 곁에서 임종을 지켜드렸다. 

엄마의 상례를 치르면서 원불교 장례의식의 정성스러움은 개인적인 슬픔을 녹여내 줄 만큼 큰 위안이 됐다. 발인식 고사를 쓰기 위해 형제들이 모여 엄마의 생전 모습을 회상하며 추억하는 시간도 뜻 깊었다. 

서로의 기억 속에 자리한 엄마와의 추억을 나누며, 새삼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던 애틋한 시간, 종교가 다른 형제들의 마음에 원불교가 깊게 닿았던 시간이었고, 그 여운이 아직도 잔잔하다.

상례 기간, 아무것도 차려지지 않은 새벽 빈소에 맨 처음 달려와 불단을 정리해준 교무님. 삼일동안 열반 독경을 함께 해주며 빈소를 지켜준 교당 교도님. 깊고 깊은 천도독경으로 명로를 밝혀준 교무님. 귀한 설법으로 생사의 이치를 전해준 교무님. 정초 바쁜 교당 일정 속에서도 입관, 발인, 안치식 독경까지 일심정성을 다해준 교무님. 수시로 빈소에 찾아와 함께 울고 웃어주며 마음 건네준 신문사 가족들. 그리고 전하지 않았음에도 빈소에 찾아와 따듯한 조문과 위로를 건네준 교단 교무님들. 그 은혜가 지극하다. 

이자연화(李自然華), 엄마의 법명도 받았다. 정성과 법력을 다해 천도재를 올려주는 교무님들의 원력, 그 은혜 또한 크다. 3.7재를 지내는 동안 내색 없이 자리를 지켜주는 원로교도님들의 합력도 잊지 못할 은혜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모든 분들의 은덕으로, 이자연화 영가가 인연을 따라 몸을 나투실때에는 일원회상에 진급하는 성자로 다시 오시기를. 그렇게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는 '아름다운 이별'이 되기를. 그리고, 나의 신앙도 순숙되어지기를. 

개인 글을 마감하는 이 순간까지 미안한 마음 접지 못하고 있다.

[2019년 3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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