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성리품 6장에서는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만일, 마음은 형체가 없으므로 형상을 가히 볼 수 없다고 하며 성품은 언어가 끊어졌으므로 말로 가히 할 수 없다고만 한다면 이는 참으로 성품을 본 사람이 아니니, 이에 마음의 형상과 성품의 체가 완연히 눈앞에 있어서 눈을 궁굴리지 아니하고도 능히 보며 입만 열면 바로 말할 수 있어야 가히 밝게 불성을 본 사람이라고 하리라'"고 해, 마음과 성품을 능히 보고 바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성리품 6장을 〈주역〉 계사상 제12장으로 만나고자 한다. 계사상에서는 '글은 말씀을 다하지 못하고, 말씀은 뜻을 다하지 못하니, 그러면 성인의 뜻을 알 수가 없는 것인가?'라는 '서부진언(書不盡言)'과 '언부진의(言不盡意)'의 물음에,

공자께서는 "성인이 상(象)을 세워서 뜻을 다하고, 괘(卦)를 베풀어 참과 거짓을 다하고, 말씀을 메어서 그 말씀을 다하고, 변하고 통하여 이로움을 다하고, 북치고 춤춰서 신명을 다한 것이다(성인 입상 이진의 설괘 이진정위 계사언 이진기언 변이통지 이진리 고지무지 이진신, 聖人 立象 以盡意 設卦 以盡情僞 繫辭焉 以盡其言 變而通之 以盡利 鼓之舞之 以盡神)"라고 해, 성인이 상(象)과 괘(卦) 그리고 말씀(辭)을 통해 진리를 드러내었다고 했다. 

먼저 상(象)은 '하늘에 있어서는 상을 이루고(재천성상, 在天成象)'로, 하늘의 진리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주역>에서 천도를 표상하는 상(象)에는 상수(象數)와 괘상(卦象)이 있다. 상수는 하도와 낙서의 수리(數理)이고, 괘상은 삼효단괘(三爻單卦)로 구성된 팔괘(八卦)이다. 팔괘가 배열된 팔괘도(八卦圖)를 통해 상을 드러내고 있다.

대종사께서 법인기도에 팔괘기(일원팔괘도, 一圓八卦圖)를 사용한 것은 바로 천지신명의 뜻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따라서 '상을 세워 뜻을 다하고'는 상을 통해 하늘의 뜻과 성인의 뜻을 모두 드러내었다는 것이다. 성인의 뜻은 곧 하늘의 뜻을 깨달은 것이다. 괘(卦)는 육효중괘(六爻重卦)로 구성된 64괘로, 64괘를 통해 참과 거짓(정위, 情僞)을 다하고, 이것을 통해 길흉(吉凶)을 밝힌 것이다.

다음 '말씀을 메어서 그 말씀을 다하고'는 말씀 사(辭)와 언(言)의 의미가 다르게 이해된다. 언(言)은 하늘의 소리이자 성인의 말씀이라면, 사(辭)는 진리를 기록한 말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주역〉에서 말씀은 괘사(卦辭), 효사(爻辭), 상사(象辭)와 계사(繫辭)를 비롯한 십익(十翼)을 모두 말하는 것이다. 

한편, 마음의 형상과 성품의 본체를 '능히 보며 입만 열면 바로 말할 수 있어야'는 능견(能見)과 정어(正語)로, 능견은 정견(正見)이 되어, 근본불교의 팔정도(八正道)와 연계되는 것이다. 팔정도는 해탈의 길이기 때문에 6장에서 말씀한 정견과 정어는 깨달음을 완성하는 방법으로 이해된다.

/원광대학교·도안교당

[2019년 3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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