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정전〉 '일원상의 신앙'은 일원상의 진리 그 자체를, 일원상의 진리와 진리의 작용, 언어로 표현한 진리의 실체를 잘게 나누어 세밀하게 믿도록 하고 있다. 그 만큼 믿음에 구체성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진리 전체를 두루뭉술하게 믿으라는 것이 아니라, 일원상의 진리가 모든 것의 근본이 되는 자리임을 믿고, 그 없고 끊어지고 돈공한 자리를 믿고, 공적영지의 광명을 믿고, 이에 따라 나타나고 생겨나고 완연하게 드러나고 은현 자재하는 자리임을 믿으라는 것이다. 여러 단락으로 나눈 '믿으며'와 '믿는 것'이 총 11번, 꼬리를 물고 물결치듯 이어진다. 

그런데 '신앙'이란 말은 신(信)과 앙(仰)의 조합이다. '믿음'과 '우러러 받듦'이 함께 있어야 신앙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정전〉 '일원상의 신앙'은 11번의 '믿으며'에서 보듯, 신앙 중에서 신(信), 즉 믿음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믿고, 믿고, 또 믿어나가는 매우 강력한 신앙 체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강조점은 미신과 달리, 어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접근을 통해 진리 당처에 대한 믿음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우러러 받듦'의 영역은 〈대종경〉 교의품에 매우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박광전 선진이 대종사에게 일원상의 신앙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고 그 '진리를 믿어' 복락을 구하는 것이니, '일원상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사은이요, 사은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우주 만유로서 천지 만물 허공 법계가 다 부처 아님이 없다.' 그러므로 언제 어디서든지 '항상 경외심을 놓지 말고 존엄하신 부처님을 대하는 청정한 마음과 경건한 태도로 천만 사물에 응'하라고(교의품 4장) 하신 말씀 속에 담겨 있다.

이 말씀은 '진리를 그렇게 믿어서(믿기만 해서) 어쩌자는 거지' 하는 의문에 답한다. 이처럼 〈정전〉 일원상의 신앙은 〈대종경〉 교의품 4장 말씀과 이어질 때 온전한 신앙의 면모가 갖추어진다 하겠다. 

〈정전〉과 〈대종경〉에 나오는 일원상의 신앙에서 아주 중요한 구절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우주 만유'이다. '우주 만유'는 나를 포함하여 이 우주 안의 모든 존재를 말한다. 일원상의 진리는 '우주 만유'의 본원이고, 진공 묘유의 조화 역시 '우주 만유'를 통하여 은현 자재한다. 사은은 '우주 만유'이고, '우주 만유'는 '법신불의 응화신'이다.(〈정전〉 제10장 불공하는 법) 그러므로 '천지 만물 허공 법계가 다 부처 아님이 없다'는 선언은 일원상 신앙의 핵심이며, '원만한 신앙, 사실적 신앙'을 천명한 신앙의 혁명인 것이다.

또 한 가지로 중요한 말은 '경외심'이다. 경외심은 어느 때 어느 곳이든지 '천만 사물'을 대하는 마음 자세와 삶의 태도로서, 대종사가 특별히 요구한 것이다. 그 마음과 태도는 곧 '청정한 마음과 경건한 태도'이니 이는 수행인의 모습이며, 이런 마음과 태도로 천만 사물 당처에 직접 불공해서 현실의 복락을 장만해야 한다는 부촉인 것이다. 따로 '곳곳이 부처, 일마다 불공'을 표어로 내세워 우리 모두가 일상적으로 신앙하고 불공할 수 있도록 했다.

/원경고등학교

[2019년 3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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