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교화방안 전담부서 단 한곳도 없어
색깔있는 고령친화교당, '노인교화정책팀' 필요
노인 동반 신앙·수행 공동체 등 역발상 정책 준비

[원불교신문=정도연 교무] 어느덧 백세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며 그에 따른 노인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노인 빈곤률 세계 1위', '70·80대 노인 자살률 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통계가 말해 주듯 우리사회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어르신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준비 없는 상황에서 맞이하는 백세시대는 결코 긍정적인 일만은 아니다.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우리 사회의 노인 문제는 교당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50대 교도가 주축이라며 한 숨 쉬던 때가 불과 20여 년전 인데 벌써 60~70대가 주축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방 교당은 70대 초반도 젊을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이는 젊은 세대는 늘어나지 않고 기존 교도가 나이 들어간다는 반증이다. 교단의 교화정책이 청소년, 젊은 교도, 신입 교도 만들기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기존의 고령교도를 위한 교화는 관심이 덜한 것 같다.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를 시작으로 앞으로 교당에도 은퇴자들이 대거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젊은층 교화 못지않게 고령자 교화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가톨릭의 경우 오래 전부터 노인 교화에 대한 논의가 줄곧 이어져 왔으며, 2005년 서울대교구에 '노인사목부'를 설치한 후 많은 교구에서 노인사목부를 설치하거나 담당 신부와 부서, 또는 기구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교구별로 노인대학연합회 등을 통해 정보 교류와 효과적인 노인 사목 활동을 위한 지원과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원불교는 교도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령의 교도들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청소년 및 청년교화의 경우에는 교구마다 관련 부서나 협의회가 설치돼 있고, 인력이 확보되어 있다. 이에 비해 고령교도를 대상으로 한 전담부서는 단 한곳도 없다.  

갈수록 노년층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노년층을 일반교화 대상에 포함시키는 통합적 접근 보다는 연령별 단계별로 구분하는 연령에 맞는 맞춤형 교화가 필요하다. 법회와 설법 외에도 건강, 복지, 수행, 문화, 죽음 등 인생 후반기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스스로도 준비할 수 있는 교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노인 맞춤 교화의 내용들이다. 

특히 노인들은 종교 활동 과정에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다. 건강과 힐링, 자가치유 증진과 같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많은 노인교도들은 시간과 재능을 아낌없이 바칠 충분한 육체적, 정신적 힘을 갖고 있다. 교당은 이들이 가진 오랜 삶의 경험과 노하우를 교당과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인들이 '영성적 차원에서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돕는 것이 세상이 줄 수 없는 교당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대에 걸쳐 생애주기별 단계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노인 관련 혐오발언 등은 세대 간 갈등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실례이다.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신앙적으로 잘 늙어갈까 하는 이해를 갖게 하고, 각 세대별 고령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 자연스럽게 세대 간 갈등이 좁혀지도록 노력하는 것도 고령교화의 일환이다. 

특히 교화자의 인식이 빨리 변해야 한다. 노인교도를 단지 돌봄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전문적인 교화대상으로 인지해야 고령교화에 대한 정책과 계획, 프로그램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청소년교화만큼 노인교화도 시급하기 때문이다. 

노인이 많은 늙은 교당이라는 부정적 정서에 젖어 있을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노인을 동반하는 신앙, 수행 공동체로 거듭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젊은 교당을 지향하는 한편 고령친화교당, 고령중심교당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고령사회를 준비하는 역발상의 교화정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전북청소년상담복지센터

[2019년 3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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