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인문학연구소, 오세아니아 마음공부공동체 탐방 ①

[원불교신문=장진영 교수]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소장 고시용)에서는 지난 2월7일부터 22일까지 마인드풀니스 국제학술대회(ICM Asia Pacific 2019) 참석 및 오세아니아 마음공부 공동체 탐방을 진행했다. 마음인문학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국제사회에 소개하는 한편 마음치유와 마음도야 관련 기관 탐방을 통해 마음공부·명상·교육훈련 프로그램, 지도인 양성 과정 및 마음공부 공동체(커뮤니티) 운영 등을 살펴보고 국제네트워크 및 마음인문학의 향후 발전방향 등을 모색해보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뉴질랜드 북섬불광산사 행불(성운스님 휘호)

오클랜드 불광산사
첫 방문지는 오클랜드 불광산사(佛光山寺, Fo Fuang Shan Temple)였다. 불광산사는 대만 가오슝에 본부를 두고 있는데, 단일 사찰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불광산사를 이끌고 있는 성운(星雲)스님(1922~)은 자재공덕회 증엄(證嚴)스님, 중대선사(中臺禪寺) 유각(惟覺)스님, 그리고 얼마 전(2009) 입적한 법고산사(法鼓山寺)의 성엄(聖嚴)스님과 더불어 대만불교의 4대 큰 스님으로 추앙받고 있다. 

사원 입구의 관음전에 들어서니 자비의 화신인 관음보살이 일행을 맞이해 주었다. 관음전에는 양쪽으로 관음·지장·문수, 보현보살이 모셔져 있고, 보살상 앞에는 작은 불상이 놓여있었다. 이는 보살보다 부처를 중시하는 남방불교 신도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관음전을 지나서 대웅보전으로 이어지는 야외마당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넓고 편평한 돌 사이로 '몬도(mondo)'라는 풀이 촘촘하고 가지런히 자라있는데, 앉으면 푹신한 방석 같다. 법당 뒤편 벽면에는 무수한 불상 부조가 검은 벽돌로 장식되어 있는데, 이는 오클랜드 현지에서만 나는 돌로서 기부자들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성운스님은 '인간불교'를 주장하며 외적인 의례보다는 인간 자신의 교육과 문화, 복지 등에 관심을 두었지만, 사원 운영에 있어서 기복적인 면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법당 옆으로 성운스님 박물관이 조성되어 있고, 일대기와 주요 활동이 소개되어 있다. 특히 '행불(行佛)'이란 휘호가 눈에 띄었는데, 실천을 강조하는 인간불교의 힘찬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위뭇띠 불교사원은 자유·해방·해탈을 위해 육체노동과 테라와다 탁발, 오픈데이 법회를 통한 문답시간을 갖음으로써 오랜 전통과 혁신의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위뭇띠 불교사원
다음으로 탐방단은 태국 숲속승가(Forest Sangha) 전통의 위뭇띠 불교사원(Vimutti Buddhist Monastery)을 방문했다. 숲속승가는 태국불교의 보수파인 담마윳(Dhammayut) 계통에 속하며, 20세기 태국의 가장 존경받는 고승인 아잔 문(Ajhan Mun, 1870~1950)과 그의 제자 아잔 차(Ajhan Chah, 1918~1991)에 의해 세계 곳곳에 전파됐다. 위뭇띠는 자유, 해방, 해탈을 뜻한다. 이곳은 18년 전에 이 지역 불교도들의 요청으로 미국 태생 아잔 찬다코(Ajahn Chandako)가 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일행이 방문한 때는 마침 한 달에 한 두 차례 야외에서 진행되는 '열린 법회(Open Day)' 날이었다. 연못 근처에 마련된 법석에서 아잔 찬다코의 자애(lovingkindness)에 대한 간단한 법문이 있은 후, 보시된 음식물로 오전 공양이 진행됐다. 재가자들은 접시에 조금씩 밥을 퍼서 둥글게 서 있다가 그 앞을 지나가는 스님들에게 자신의 숟가락으로 조금씩 밥을 퍼서 직접 보시하는 의례를 진행했다. 테라와다의 탁발 정신과 전통 계승의 의지를 볼 수 있었다. 공양 후 이어진 문답시간에는 일행을 배려하여 인터뷰 시간을 할애해줬다.

쉬는 시간에도 오직 명상을 할 뿐이라는 아잔 찬다코는 육체노동을 직접 하지 않는 전통과 달리 위뭇띠 사원을 일구는 과정에서 직접 꾸띠(개인 수행을 위한 만들어진 오두막)를 짓고 길을 내는 등 힘든 노동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청소년들을 위한 담마스쿨 운영 등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태국에서 정식 비구계를 받은 한국 태생인 프라 순다토(Phra Sudanto)가 마지막까지 우리 일행을 배웅해줬다. 

숲속승가와 대만불교는 모두 오래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각자의 전통을 계승하지만 혁신을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 중이었다. 숲속승가는 개인적 수행을 더욱 철저하고자 했으며, 불광산사는 현실 참여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위뭇띠불교사원 오픈데이 법회 공양시간

오클랜드 젠 센터
다음으로 오클랜드 젠 센터(Auckland Zen Center)를 방문했다. 이곳은 〈선의 세 기둥(Three Pillars of Zen〉으로 유명한 필립 카플라우(Roshi Philip Kapleau, 1912~2004)가 1965년 뉴욕주에 설립한 로체스터 젠 센터(Rochester Zen Center)의 지부이다. 로체스터 젠 센터는 일본불교의 조동종에 임제종의 공안을 가미하여 만든 교단이다. 카플라우의 스승인 하라다(Daiun Harada) 선사는 조동종과 임제종을 모두 섭렵한 고승으로 그의 제자 야스타니(Hakuun Yasutani) 선사에 의해 산보교단(Sanbo Kyodan, 三寶敎團)이 창립됐고, 이들에게 배웠던 카플라우가 이후 독립하여 로체스터 젠 센터를 설립한 것이다. 이곳은 '로쉬(老師)', '센세(先生)' 등 일본식 존칭과 전통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지만, 엄격한 의례를 중시하는 일본불교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와 다른 전통에 대한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카플라우의 법맥은 1986년부터 현재의 보딘 코히드(Roshi Bodhin Kjolhede) 로쉬로 이어졌으며, 코히드의 공식제자 여섯 명 중 한 사람으로 현재 오클랜드 젠 센터를 지도하고 있는 이가 아말라(Amala Wrightson) 센세이다. 아말라 센세는 종교 간 대화모임 참석 일정으로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아말라의 남편인 리처드를 비롯한 네 명의 재가지도자들과 진지한 문답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곳은 다른 전통에 비해 엄격한 수행으로 유명하다. 특히 집중수행인 '세신(Sesshin, 攝心)'을 한다.

세신에서는 묵언수행이 기본이지만, 염불을 포함한 장엄한 예불의례와 공안(公眼)과 함께 좌선 등이 진행된다.  수행 중에는 스승과의 문답이 진행된다. 이곳 센터에도 법당의 뒤편에 스승과 문답을 할 수 있는 방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오클랜드 젠센터 법당에서 기념사진
오클랜드 불교센터 법당에서 기념사진

오클랜드 불교센터
이어서 오클랜드 불교센터(OBC)를 방문했다. 이곳은 영국인 상가락시타(Sangharakshita, 1925~2018)에 의해 1967년 영국에서 창설한 서구불교우의회와, 이듬해 출범한 서구불교우의종(FWBO: Friends of the Western Buddhist Order)의 이른바 신(新)불교운동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서구불교종의 친구들'이라는 모임 명칭처럼 다른 불교 전통들에 대해 매우 개방적인 불교계 에큐메니컬 운동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서구에서 가장 성공한 불교단체 중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상가락시타는 인도의 신불교운동을 이끈 암베르카르(Ambedkar, 1893~1956)의 불교개종운동을 적극 지원하고 그의 사후 이 운동을 계승하기도 했다. 

FWBO는 2010년 '삼보불교공동체(TBC: Triratna Buddhist Community)'로 이름을 바꾸었다. 특히 삼보 중 공동체(승가)의 역할을 강조한 점에서 한국에는 서구불교승가회 혹은 서구불교승가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TBC는 상가락시타의 지도 아래 공동숙소와 소비조합 운영 등 자급자족 기반의 공동체로 설립된 조직이다. 각 지부는 자립적으로 운영된다. 지난 해 상가락시타가 열반했는데, 이후 별도의 계승자를 뽑지 않은 채 현재도 공인 지도교사(public preceptor)에 의해 각 지부가 운영되고 있다. 

지도자는 상가락시타가 제시한 엄격한 교육과정을 따르고, 이는 개인 지도교사(privatec preceptor)와 공인 지도교사(public preceptor)로 구분될 수 있다. 교육과정에서 남녀의 구분이 엄격한 편이고, 공동생활도 남녀별로 진행되지만, 그 외에는 성별이나 결혼 등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운영되고 있다. 회원들도 재가와 승가의 구분이 없이 십계를 받으며, 남자는 다르마차리(Dharmachari), 여자는 다르마차리니(Dharmacharini)라 하여 '다르마를 따르는 자'라고 부를 뿐이다. 대부분의 지도교사들은 자원봉사자로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OBC의 경우 별도로 센터에 전임할 수 있도록 두 명의 지도교사들이 지원하고 있었다. 

오클랜드 불교센터 공인지도교사와 대담시간

오클랜드 젠 센터와 오클랜드 불교센터는 모두 서양인 지도자에 의해 설립된 새로운 불교 교단이라 할 수 있다. 동아시아, 테라와다, 티베트 등 여러 전통의 불교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뛰어난 서양인 지도자들을 배출했고, 어느새 그들을 통해 새로워진 서구불교를 목도하게 됐다. 

오클랜드 젠 센터에서는 법맥에 따라 엄격한 수행과 사자상승의 가르침을 전하려는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지만, 대체로는 서구사회에 맞게 재가출가, 남녀, 결혼, 직업, 복식, 의례, 그리고 공동생활 등에 이르기까지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매우 유연하고 개방된 모습을 띄고 있었다. 이들을 통해 명상수행 프로그램은 더욱 대중화되고, 지도자들은 더욱 전문화되며, 공동체는 더욱 개방화되어질 것이다.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2019년 3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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