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논어에 또 이런 구절이 있다. '공자, 안연에게 말하기를 "쓰일 때는 나아가 도를 행하고, 쓰이지 않으면 물러나 은거하는 일은 오직 나와 너만이 할 수 있다." 그 말을 듣고 자로가 말했다. "스승님께서 군사를 거느린다면 누구와 더불어 함께 하시겠습니까." 공자 말하기를 "아무 것도 없이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으려 하고, 아무 것도 없이 맨몸으로 강물을 건너려다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사람과는 함께 하지 않겠다. 반드시 일에 임하여 두려워하고, 계획하기를 좋아하여 일을 이루어내는 사람과 함께 할 것이다.'(<논어> 제 7 술이편)

전쟁 중인데도,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맨몸으로 강물을 건너는 용맹한 사람보다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일을 도모하겠다는 말은 역설적이다.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장수의 용맹함보다 주도면밀함을 더 귀하게 여기는 건 전쟁이 많은 사람의 목숨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터.

'두려워하고',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픈 공자의 심법은 자연스럽게 〈대종경〉 인도품 33장의 법문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은 그대들에게 마음 지키고 몸 두호하는 데에 가장 필요한 방법을 말하여 주리니 잘 들어서 모든 경계에 항상 공부하는 표어를 삼을지어다. 표어란 곧 경외심을 놓지 말라 함이니, 어느 때 어디서 어떠한 사람을 대하거나 어떠한 물건을 대하거나 오직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대하라 함이니라.'

'모든 경계에 항상 공부하는 표어'라는 구절에 사용된 '모든'과 '항상'은 소태산 대종사가 얼마나 이 '경외심'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이 '경외심'은 교의품 4장에서 '일원상의 신앙'을 설명하면서, '어느 때 어느 곳이든지 항상 경외심을 놓지 말고 존엄하신 부처님을 대하는 청정한 마음과 경건한 태도로 천만 사물에 응할 것'을 주문했던 '경외심'과 같다. 똑같이 강조된 '항상'은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살피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경외심'은 곧 천만 사물, 모든 경계를 부처님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신앙 행위이고,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의(義)로써 살아가는 수행 행위이다.

'성냥 한 갑'을 예로 들어 많이 알려진 이 법문은 경외심을 놓았을 때, '대수롭지 않은 경계와 하찮은 물건에게도 흔히 구속과 피해를 당한다'고 했으니, 자연히 내 몸과 마음을 지키는 '가장 필요한 방법'이라는 말씀에 부합하며, 공자가 일에 임하여 두려워하는 사람과 함께 하겠다는 뜻과도 통한다.

특히 이 법문은 경외심을 놓으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세 번이나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람이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놓고 보면', '사람이 만일 경외심을 놓고 보면', '만일 공경과 두려움을 놓아버리고 함부로 동한다면', 이렇게 말이다. 그것은 '물결 세찬 이 세간에 나타난' 우리 중생들을 아끼는 자비심이다.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부족한 이 '경외심'은 우리가 마땅히 심신에 아로새겨야 할 표어지만, 또한 하찮은 사물 하나에도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는 건 참으로 세밀하게 챙겨야 하니, 두고두고 닦아나가야 할 일이다.

/원경고등학교

[2019년 3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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