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다섯 분의 전무출신이 퇴임했다. 소태산 대종사의 혜명의 사도로서 무아봉공의 공도자로서 살아온 일생에 깊은 경의와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순일한 공심으로 천신만고와 역경난경을 헤쳐 온 이 분들의 삶은 우리의 삶을 무겁게 돌아보게 한다. 청춘을 바쳐 헌신해온 이 분들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원불교는 없었을 것이다. 

세상이 우리 회상을 알아주지 못하던 시절에 출가를 해서 오롯이 이 공부 이 사업에 힘써온 일생은 깊은 법열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말하기 어려운 애환이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이제 그 동안의 무거운 짐을 벗어놓고 휴양의 도를 다하며 은혜롭고 아름다운 노년을 맞으시길 기원한다. 

최선을 다한 선진들은 현장에서 물러났다. 교단을 발전시킬 책무가 후진들에게 주어졌다. 물러난 퇴임자들을 위한 불공도 과제로 남았다. 퇴임자들의 평안한 노년을 위한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지 또다시 챙겨야 할 때이다. 교정원 공익복지부와 수도원, 원로원을 중심으로 한 복지 서비스 제공은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질적인 내용 점검이 필요하다. 

평생 감사생활을 해온 퇴임자들은 여건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감사하게'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불편함을 표현하는 데 익숙치 않기 때문이다. 표현되지 않은 다양한 요구까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평가를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교단의 복지 역량은 상당하다. 사회복지관련 전문가들이 많고 원광대학교라는 든든한 연구 조직도 있다. 많은 임상 사례를 경험한 현장 전문가들도 충분하다. 이들의 역량을 십분 활용해 500여 명을 넘어선 퇴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질 높은 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행복한 노후생활은 기본적인 의식주 관련 서비스 제공만으로는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대규모 시설의 생활에서 오는 불편함도 적지 않다. 그런 면에서 최근에 시도하는 요양시설의 지방분산 정책은 바람직하다. 개인별 맞춤 서비스와 불공이 이뤄지는 새로운 시스템을 시도해야 한다. 이미 노인복지 전문가들은 퇴임 후의 사회적 관계 유지와 생산적 활동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지 살펴보자.

고령화 추세로 인해 잔존 수명이 크게 늘어났다. 행복한 교단이 되려면 퇴임자들의 행복을 책임져야 한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생산적이고 행복한 에너지로 넘치는 노년을 보장할 것인지 교단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 

가장 정성스럽게 불공해야 할 공도자들이 바로 이 분들임을 잊지 말자. 사회적 복지를 넘어서 진정한 불공이 이뤄지는 새로운 모델이 우리 교단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퇴임 전무출신들이 더없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노후를 맞이할 때 우리들의 새로운 복지문화가 세상을 새롭게 할 것이다. 광대 무량한 낙원도 그만큼 가까워질 것이다.

[2019년 3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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