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인문학연구소, 오세아니아 마음공부공동체 탐방 ②

첸레직 곰파(법당)에서 안내를 받고 있다. 여러 빛깔의 깃발에서 붉은색의 대형 마니차 그리고 곰파(법당)의 관음불과 타라보살에 이르기까지 훈련원은 티베트불교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원불교신문=조성훈 교수]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소장 고시용)는 인문한국(HK)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세계 여러 곳의 마음치유와 마음도야 기관을 탐방해 왔다. 오세아니아 지역 탐방 역시 세계적 흐름 속에서 마음인문학의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호주 지역의 탐방지들은 전통의 계승과 현대적 변용 사이에 저마다의 독특한 특성을 형성해가고 있었다.

티베트불교의 정취, 첸레직 훈련원
첸레직 훈련원은 브리즈번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반 떨어져 있다. 훈련원이 산기슭에 자리한 관계로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 도착할 수 있었다. 여러 빛깔의 깃발에서 붉은색의 대형 마니차(경통) 그리고 곰파(법당)의 관음불과 타라보살에 이르기까지 훈련원은 티베트불교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이곳에선 일반인 대상의 프로그램도 운영하지만 1974년 설립된 대승불교전통보존재단(FPMT)에 소속된 관계로 FPMT에서 제시하는 체계적인 불교교육을 적용한다. 훈련원은 열반인을 모시는 '깨달음의 정원'까지 갖추고 있기에 명상센터의 역할만이 아니라 지역민을 위한 열반과 추모 의례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반대로 브리즈번에서 남쪽으로 두 시간 가량 떨어진 템플 바이런은 어떠한 종교 전통도 따르지 않는다. 사원은 사업에 성공한 한 독지가가 세운 비영리기관이다. 사원 중앙의 주건물이 있고 중형과 소형의 몽고풍 텐트로 된 명상교육실이 있다. 

사원 안과 밖에는 곳곳에 부처상과 다채로운 색채의 크리스탈로 장식되어 있다. 사원의 운영방식이 특별하다. 소유주, 운영자, 강사로 구분되어 있고 강사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프로그램은 명상부터 점성술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모습은 탈종교 시대의 사람들에게 대안적인 기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첸레직 붉은색의 대형 마니차(경통).

인도 전통에서 유래한 센터들 
인도 전통에서 유래한 센터도 있다. 먼저 호주 브리즈번 중심가에 자리한 브라마쿠마리스 센터이다. 비종교 기관이면서 라자 요가의 철학을 바탕으로 명상의 기본원리와 수행 방법을 위주로 영성 교육을 실시한다. 숙련된 브라마쿠마리스 명상 지도자와 자원봉사자가 모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관리한다. 센터에서 그들과 인터뷰를 하고 명상을 실습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신 또는 인간(성직자)에 대한 추종이나 숭배보다는 현대인들의 내면을 성숙시킬 수 있는 콘텐츠만 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인도 전통은 시드니 시내에 자리한 시드니 초월명상 센터이다. 이 센터는 여느 사원과는 달리 도심의 고층건물에 자리하고 있으며, 내부도 깔끔한 강의실 모습이다. 이곳에서 지도하는 초월명상은 인도의 마하리시 마헤쉬 요기(1917-2008)의 지도로 전 세계에 퍼졌는데, 만트라 명상이 특징이다. 만트라(주문)는 표면의식을 초월하여 본성에 도달케 하는 매개체로 만트라 수행을 통해 일상에서도 차분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정식 교육을 받는 훈련생은 만트라를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 후에 교사로부터 만트라를 받는다. 교사 간에도 상대 교사의 만트라를 모른다고 하니 초월명상 전승의 독특한 면이다.

브라마쿠마리스 지도교사의 안내를 받고 있다.

원불교 기반으로 한 호주원광선문화원
다음은 호주원광선문화원이다. 이곳에서는 전통 불교를 새롭게 혁신한 원불교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름다운 호수와 바다에 인접한 원광선문화원은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대지에 나무숲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기에 찾아오는 사람으로 하여금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매일 아침 명상과 기도를 하고 주중에는 요가, 좌선, 호흡명상, 동선, 걷기명상, 문화예술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일요일에는 법회를 열어 원불교 마음공부를 지도한다. 선문화원은 내면의 평화와 기쁨 그리고 지혜를 단련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다. 현지인 교화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원불교의 교법을 전하려는 사명감으로 법의 생명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시드니 불교센터 역시 신불교운동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모습은 착용하고 있는 가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들은 평상복 위에 목도리 모양의 짧은 가사만 착용한다. 센터는 남녀가 함께 운영한다. 결혼은 개인의 자유이고 결혼하여 가정이 있는 경우 출퇴근을 하고 독신의 경우 센터 2층 숙소에서 생활하기도 한다. 창시자인 상가락시타(1925~2018)는 남녀 모두에게 계를 주었는데, 그의 제자들이 계를 주게 되면서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에게만 계를 주는 전통이 생겼다. 이러한 영향으로 남자그룹과 여자그룹이 나누어져 함께 공존하는 구조가 됐다. 각 센터는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지난해 상가락시타의 열반으로 그가 주창한 신불교운동의 정신을 어떻게 살려 나갈지 이들에겐 큰 화두가 될 듯하다.

템플 바이런 큰 명상홀에서 대담하는 모습.

저마다의 색깔로 마음치유·도야
호주의 각 탐방지는 저마다의 색깔로 마음치유와 마음도야를 위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첸레직 훈련원은 종교 전통을 강하게 유지한다면 템플 바이런은 종교 전통과 무관하게 운영된다. 브라마쿠마리스 센터와 초월명상 센터도 인도의 요가 전통에서 출발했지만 비종교적이면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불교가 모태가 된 새로운 시도로서 원불교와 상가락시타의 신불교운동에서 보이는 유사점 역시 흥미롭다. 다만 의복이나 결혼의 자유, 제도의 현대화 등 상가락시타의 불교운동은 영국에서 시작되었기에 한결 서구사회에 맞게 정착된 듯하다.

종교이면서도 시대화와 현대화를 추구하고, 비종교적이면서도 내면의 영성, 본성의 자리를 찾고자 하는 일에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여기 호주에서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현대인들이 무엇을 추구하며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2019년 3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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