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봉고식, 그 거룩한 현장

45명의 퇴임자들이 반백년기념관에 입장해 설명기도를 올리는 모습.

[원불교신문=정성헌 기자] "큰 보배 있다. 옥으로도 못견줄, 금으로도 못견줄, 무슨 보밴고, 평생 닦은 덕이요, 최후 일념 맑은 것." 정산종사 말씀이다. 

13일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전무출신으로 일관한 45명의 퇴임봉고식이 진행됐다. 누구는 인연을 따라, 누구는 배우기 위해서, 누구는 정법을 알아보고 출가했던 이들이 교단 반백년 역사의 산증인으로 우뚝 선 이날은 말 그대로 고진감래였다. 색즉시공이라 했건만 그동안 겪어야 했던 갖은 풍파와 설움을 이겨낸 세월을 뒤로한 채, 어느덧 교단의 원로 반열에 이르고보니 이제야 할 일이 제대로 보이기도 한다.

진산 강보광 원로덕무는 "그동안 퇴임에 대해 생각하지도 못한 채 앞만보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만감이 교차됩니다.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고, 30여 년을 한결같이 달려온 내 자신에게도 감사합니다"며 "공식적인 직책에서 막상 벗어나니 새장에 갇혀있다가 자유를 얻은 느낌도 있지만, 한편으로 내가 여러 사람들에게 은혜를 많이 입고 살았음을 더욱 실감하게 돼 앞으로 허락되는 한 내 손이 필요한 곳에 무상으로 자원봉사해야겠다는 마음입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퇴임봉고식을 함께 축하하고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여러 인연들이 많이 참석했다. 축하의 꽃다발과 카메라, 소정의 답례품 등을 들고 참석한 가족, 친지, 법연들은 반백년기념관 좌석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진행로에 선채 한시간 넘는 거룩한 퇴임식을 끝까지 함께 했다.

"한 말씀만 드리고 싶어요. 퇴임자 봉고를 하고 퇴임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50여 년을 어떻게 지냈는가도 중요하지만 처음 입었던 이 옷을 그대로 입고 퇴임을 하게 되어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이날 퇴임자를 대표해 설법한 율타원 김혜봉 원로교무의 말은 청중들을 숙연하게 했다. 퇴임봉고식이란 진정한 의미를 잠시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랬다. 퇴임봉고식은 평생을 한결같이 일관해 왔음을 대중앞에 증명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온갖 어려움 속에서 다시 마음을 먹고, 또 먹고 해서 오늘에 이르러 이 옷을 입고 퇴임한다는 그런 행복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습니까."

가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당사자가 아니면 전혀 느끼지 못할 무게감, 외로움, 말 못할 고통을 말이다. 거룩한 출가서원의 길은 하루하루를 살아나갈 속깊은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세간의 순역간 불어오던 풍파에서는 이보다 더 무거운 멍에는 없었을 터. 평생 외길을 걸으며 인욕과 신의를 솔선수범한 45명 전무출신들의 이날 퇴임봉고식은 그렇게 '아름다운 마침표'였다.

퇴임자 대표로 기념품을 받은 성도종 원로교무
감사의 꽃다발을 건네받는 퇴임자.
수도원 합창단이 퇴임봉고식에서 축하무대를 선보였다.
영모전 광장에서 기념촬영이 끝난 후 퇴임자들을 축하하는 하객들.

[2019년 3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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