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최정윤 교무] 어느새 봄기운은 싱그러운 꽃향기로 소리없이 다가와 겨우내 움추렸던 우리들의 마음에 새로운 활력을 한껏 불어넣어준다. 매년 그러하듯 봄의 전령사인 매화와 산수유는 온 산하대지를 가장 먼저 수놓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온통 사로잡는다. 이처럼 천지자연의 새로운 변화는 많은 이들에게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 준다.

서양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봄에 고사리가 땅을 뚫고 솟아 나오는 그 힘을 보고 이 우주 만물의 근본 되는 생생 약동하는 기운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매년 찾아오는 봄이지만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준비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진다.

일요예회 후 학교에 재학중인 중국 유학생들과 함께 원불교학과 서원관 오픈하우스에 참여하고 보니 교단의 미래요 세상의 희망인 예비교무들의 생생약동하는 봄기운이 이제는 국내를 넘어 빠르게 글로벌화 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정산종사는 우주만물을 보는데 있어서 만물이 생하는 봄을 그저 현실적 안목으로만 보는데 그치지 말고, 진리적 안목으로 볼 수 있도록 봄에 만물을 생하는 그 근본이 무엇인가를 연구하라고 당부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입으로 말하고, 몸으로 움직이고, 뜻으로 분별하는 것을 자기로 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육근을 운용하는 그 근본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 이 봄이 다 가기전에 그 근본이 무엇일까에 대한 각자의 해답 찾기를 희망해 본다.

온 산하대지에 봄이 오면 만물이 그 기운을 받아 씩씩하게 자라지마는 고목에는 절대로 움이트지 않는 법이다. 그러므로 소태산 대종사는 봄바람은 사가 없이 평등하게 불어주지마는 산 나무라야 그 기운을 받아 자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럼 지금 봄기운을 받아 자랄 수 있을 만큼의 생명력이 내안에 살아있는지 냉정하게 진단해 보아야 한다. 겨울이 비록 음이 성할 때나 그 음 가운데 양이 포함되어 있어 양이 차차 힘을 얻어 마침내 봄이 되는 것처럼 모든 일에 있어서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내안에 존재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산종사는 이 우주 현상의 벌여져 있는 모든 것을 진리의 안목으로 볼 때 무형한 진리가 들어서 천태만상으로 나툼을 알게 될 것이고, 개인 가정 사회 국가 세계의 혼란함에 대하여도 정신적 교육과 도덕적 훈련이 충분히 보급되지 못한데 있음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그럼 지금 어떤 마음으로 이 봄을 맞이하는가? 내 스스로를 진단해 본다. 일상 생활속에서 생생약동하는 봄기운을 체받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우리 공부인들은 이 봄을 맞이하여 진리, 법, 스승, 회상에 대한 믿음의 정도를 점검해보는 자세가 선행되어야한다.

그리하여 모든 사업이나 생각이나 신앙이나 정성이 다른 세상에 흐르지 않는 특신으로 철저히 무장시켜야 한다. 그렇게 한 후에 교법 하나하나를 몸으로 실천하고 마음으로 증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람이라야 근본되는 법을 체 삼는 삶을 살게 되고, 물질 소유 보다 마음의 조화가 큰 것임을 확실하게 아는 공부인이 되는 것이다.

/원광보건대학교

[2019년 3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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