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건물 1층을 교화공간으로 꾸미고 신발 판매를 시작해 호응을 얻었다.

[원불교신문=김인서 교무] 지난 해 여름이다. "교무님 슬리퍼 제고가 많이 있습니다. 필요한 곳에 교화용으로 사용하세요." 시작은 그러했다.

교구 어린이훈련, 학생훈련 참여자들에게 슬리퍼를 선물로 주었다. 배내훈련원에도 희사했고, 동산수도원에도 희사했다. 교구 밴드를 통해 교당에 판매를 했고, 소문을 통해 다른 교구 소속 교당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내 판단으로 우리보다 작은 교당에는 무상으로 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20여 년간 상가 임대 하던 교당 건물 1층을 교화공간으로 꾸몄고 그곳 '운수의 정'에 슬리퍼 이외에 다른 여름신발도 추가로 진열해 판매를 했다. 처음에는 우리 교당 교도였다. 그리고 입소문으로 이웃 몇 분이 사가기도 했다. '이왕 하는 것' 하면서 유리창에 '신발 팝니다' 라고 문구를 붙였다.

우리 기준으로 대박이 났다. "교무님 왜 이렇게 장사를 잘 하세요?" 내가 진로를 잘못 택했나 딱 0.1초 고민했다.

한 번은 인근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분이 다녀가더니 다음날 같이 운동한다는 부녀회원 10여 명과 함께 오기도 했다. 그때는 정신이 없었다. 아줌마 10명은 일반교도 100명 모여 법회 보는 것 보다 더 복잡했다.

차 한 잔씩 타주지, 사탕이랑 간식 주지, 신발 찾지, 안 맞는다 큰 것 달라고 하지, 계산해달라고 하지, 잔돈 없는데 어떻하지, 봉투 달라고 하지, 없는 것은 다음에 갔다 줄 수 있냐고 묻지, 여기는 뭐하는 곳이냐고 묻지, 나는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지, 웃고 떠들지, 얼굴은 빨개지지 그런데 재미는 있지….

이 분들이 하루는 "신발 좀 보러 왔습니다", "실은 원불교가 궁금해서 왔어요" 하면서 만남이 시작됐다. 그런 만남이 2번 이어진 후 법회에 한 번 오겠다며 되돌아갔다. 그렇게 원불교 반송교당과 인연이 맺어졌다. 몇 주 전 전화통화 하는데 "어제는 사정이 있어서 법회에 참석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허전하고, 할 일을 안 한 듯 한 기분입니다"라고 했다. 

1층의 교화공간, 그리고 신발 판매로 인해 교당과 이웃한 분들뿐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지역주민들과 한 번 이상씩은 만난 듯 하다. 한 명씩 지역 주민과 만나지고 더구나 교화로까지 이어지니 신발이 정말 효자이다. 신발을 사주면 신고 도망간다고 해서 애인에게는 선물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신발은 우리 교법에 젖어서 타고난 팔자를 반대로 고치고 있다.

/반송교당

김인서 교무

 

[2019년 3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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