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소태산 대종사는 '찬란하고 편리한 물질문명'이 크게 발전하여 전에 없는 문명 세상이 되었지만, 이에 따르는 결함을 진단하며, 교의품 34장에서 상당히 길고 상세한 법문을 했다. 이 법문은 영산에서 선원 대중에게 설한 것이다. 궁촌벽지 영산에서 선에 참예한 대중들에게 물질문명과 그 병폐를 설하신 것은 종교가 단순히 개인 수행의 차원을 벗어나 세상의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제생의세의 대의를 설한 것이다.

대종사가 보신 물질문명의 병폐는 무엇이었나. 교의품 34장에 잘 밝혀놓은 바와 같이 우선 돈의 병과 원망 병이다. 그리고 의뢰하는 병과 배울 줄 모르는 병과 가르칠 줄 모르는 병과 공익심 없는 병이 '큰 병'이라 했다.

이 여섯 가지 중에 처음으로 언급한 '돈의 병'은 '큰 병' 중의 으뜸으로 물질문명이 발전할수록 장엄하고 화려한 물질 경계에 끌려 온갖 향락의 유혹이 많아지고, 욕망을 더욱 부추겨서, 그 향락과 욕망을 달성하고자 돈을 중하게 여기니, 의리와 염치며 윤기와 정의가 상하게 되는 병을 말한다. 돈의 병이 치유되지 못하면 원망 병이 오는 것이고, 이기주의가 치성하여 공익심이 상실되는 것이며, 물질에 기대어 스스로 정신의 자력을 세우지 못하면 의뢰 병이고, 배울 줄 모르고 가르칠 줄 모르면 물질문명이 가져다주는 폐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수행이 없어서 고해를 피할 수 없으니, 이 모두가 '큰 병'이라 한 것이다.

또한 그 중에서 '배울 줄 모르는 병'과 '가르칠 줄 모르는 병'은 종교가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바가 아니다. 대종사는 이를 무척 강조하여 〈정전〉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에서도 다뤘으며, 일상수행의 요법과 〈대종경〉 교의품 29장, 34장, 35장, 그리고 수행품 1장에도 거듭 나오니, 대종사는 배움과 가르침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확고하며, 교육의 중요성을 얼마나 깊이 인식하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다.

교의품 35장에는 이 물질문명의 병맥을 다스릴 처방으로 또한 여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으니, 이것이 곧 삼학 팔조 사은 사요이다. '돈의 병'에는 '분수에 편안하는 도'를 처방했는데 '분수에 편안하는 도'는 곧 삼학을 대표한다. 특히 정신수양과 연관이 큰데, 〈정전〉 정신수양의 목적과 최초법어 수신의 요법 2조에 말한 바와 일치한다. 이어서 은혜를 발견하는 도, 자력 생활하는 도, 배우는 도, 가르치는 도, 공익 생활하는 도를 가르쳐 '각자의 병든 마음'을 치료하고, '병든 세상'을 치료하는 데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

이렇게 '찬란하고 편리한 물질문명'이 가져다준 세상의 여섯 가지 '큰 병'에 대하여 삼학 팔조와 사은 사요를 약방문으로 삼아 병과 약의 뿌리를 같게 함으로써 병맥을 더욱 정확하게 진단하고 효과 있게 처방하도록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종사는 '이 법이 널리 세상에 보급된다면' 세상은 결함 없는 세계가 되고, 사람들은 모두 불보살이 되어 다 같이 낙원을 수용하게 된다고 했으니, 이 얼마나 크고 너른 경륜이며 포부인가. 그러므로 이 법을 널리 세상에 '보급'하는 일은 우리들의 시급한 사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19년 3월2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