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 위한 종교연합운동 의미 새겨야

[원불교신문=김태우 교도]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는 종교에 의한 전쟁과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21세기를 종교 분쟁의 시대라고 부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아프리카 국가들에서의 내전들, 발칸 반도의 보스니아 내전과 코소보 전쟁, 그리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9·11 테러 등은 종교가 분쟁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역사적 사건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무얼 헌팅턴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21세기는 이데올로기 대립이 아닌 문명, 즉 종교, 민족, 문화의 차이에 의해 국가 간의 충돌이 일어난다고 했다.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주장은 최근까지도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분분하다. 찬성론자들은 문명들이 접촉할 때마다 항상 크고 작은 전쟁과 분쟁들이 있어 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강조하는 반면, 반대론자들은 헌팅턴의 문명 논쟁이 냉전 시대의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로 대변된 이데올로기 논쟁을 대체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한다. 하랄트 뮐러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 교수이자 헤센 평화 및 갈등연구소장은 헌팅턴의 입장과는 달리 문명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공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앞서서 세계 분쟁의 원인이 종교라고 언급하였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헌팅턴이 문명의 척도를 종교로 구분 짓는 데서 영향을 받았다. 9·11 테러 이후,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지속적인 테러와 과격한 행동들은 전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타 종교에 대한 공포심과 적개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슬람 문명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서양 문명과 중화 문명 간의 새로운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분쟁의 원인이 종교라고 단정 짓기에는 사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영국 브래드퍼드대학교 평화학과 연구진들은 종교와 전쟁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었는데, 그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종교에 의해 일어난 전쟁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세간에 알려진 종교전쟁들 또한 실제로는 국가주의나 영토 문제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한다. 이러한 설명들은 오늘날의 분쟁 이면에 자원전쟁이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헌팅턴의 이론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관점이 아니라 앞으로 '문명'이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시사점이다. 그는 문명의 척도로 '종교'를 중요하게 여겼는데, 종교는 한 집단의 정체성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정신문명이라는 점에서 그의 문명에 대한 이해에 공감을 표한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문명에 대한 이해에 있어 물질문명에 비해 정신문명에 대한 중요성이 상대적이 낮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은 대산 종사가 세계평화를 위한 삼대 제언을 세계 종교인들에게 제안한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냉전의 종식으로 이데올로기의 망령에서 해방되었지만, 급속한 세계화로 인해 각 사회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오히려 '가치혼란'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2005년 국제연합(UN)은 총회에서 타 문화와 종교에 대한 이해를 국제협력을 통해 증진하고자 유엔문명연대(UNAOC)를 설립하였다. 그에 앞서 2000년에는 국제연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종교인 및 평화활동가들이 모여 종교연합선도기구(URI)를 결성하여 현재 약 100개국, 1,000개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의 역동적인 움직임들 가운데 우리의 종교연합운동을 되짚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서양 문명, 중화 문명, 유라시아 문명, 그리고 일본 문명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 문명 간의 긴장감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 격전지로 동북아시아 지역을 손꼽는다. 

이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문명 간의 대화'는 세계평화를 위한 시대적 당위이다. 그러므로 대산 종사가 세계평화를 위해 종교연합운동을 주창한 바를 상기한다면, 우리가 가야할 길도 이 길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원광대 국제교류과 초빙교수

[2019년 4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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